[정부, 勞 경영참여 추진]재계-노동계 반응

  • 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45분


정부가 현행 노사관계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면서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를 노사협의 활성화 방식으로 풀어가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것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는 ‘못마땅하다’거나 ‘두고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기업의 노사관계가 지나치게 적대적이고 배타적이어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노사협의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사협의제도 주요 내용=현행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근참법)’은 근로자 30명 이상인 기업이 노사협의회를 구성해 기업 경영과 근로자 복지 등에 관한 사항들을 ‘보고’나 ‘협의’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생산성 향상과 성과 배분 △채용과 배치, 교육훈련 △인사, 노무관리의 제도개선 △인력의 배치전환·재훈련·해고 등 고용조정의 일반원칙 등은 ‘협의’하고 △경영계획과 실적 △인력계획 △기업의 경제 및 재정상황 등은 ‘보고’하도록 했다. 근로자의 교육훈련과 복지시설의 설치·관리, 사내근로복지기금 설치 등은 노사협의회가 ‘의결’한 뒤 시행하도록 했다.

법 조문과 제도 자체로는 조합원들도 기업 경영 전반과 고용, 인사 등에 관한 사항을 파악할 수 있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돼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자체는 부족한 점이 별로 없지만 기업 현장의 의식과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조합원이 근로자의 과반수인 경우 노조위원장과 노조가 위촉하는 위원들을 노사협의회 대표로 보내도록 해 노조와 노사협의회 기능이 서로 연계되도록 했다.

▽‘개론’ 찬성, ‘각론’ 반대=협의를 통한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경영자총협회 이동응(李東應) 정책본부장은 “이미 근참법이 노조의 경영 참여를 상당수준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강화하거나 추가로 제도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현재 근참법에 규정된 의결, 보고, 협의사항 등이 독일을 제외하고는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으로 노조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있어 오히려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현재 근참법에 노조가 근로자의 과반수이면 노조가 근로자 위원을 선정하도록 된 것을 3분의 2 이상으로 높여야 하고 2007년 이후 복수노조가 도입됐을 때 근로자 대표를 어떻게 단일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노조의 ‘합의’가 아니라 ‘협의’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협의도 마케팅과 투자, 인사 등 경영 전반이 아니라 고용 등 일부에 국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노동자들이 기업 경영에 관심을 갖게 하고 참여를 유도하게 하는 목적이라면 경영협의도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합의를 배제하는 정책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사협의제도에서는 노사가 세 차례 정도 만나 얘기를 나누면 기업주가 할 일을 다 했다고 판단하는 게 일선 현장의 경험이기 때문에 협의만 한다고 하면 노조의 의사를 전혀 반영할 수 없다고 손 실장은 덧붙였다.

노동계는 또 단체협상에서 ‘협의’하는 것으로 하면 나중에 사측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가 개입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합의’ 표현에 집착하게 되고 노사협의를 강조할 경우 노조의 고유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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