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50돌… 파주 敵軍묘지…"매장 이젠 더이상 없어야"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28분


코멘트
6·25전쟁 때 숨졌거나 각종 무력 도발을 하다 국군에 의해 사살된 북한군 유해가 매장돼 있는 경기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적군 묘지’.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묘역은 잔디가 심어져 있는 등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는 모습 이었으나주초에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잡초가 제법 자라 있었다.

묘역 입구에는 ‘군사시설이라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판이 설치돼 있었다. 이 때문인지 인근 주민들조차 이곳을 공동묘지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로변에서 약 300m 떨어져 있는 데다 이정표나 진입로도 없어 이곳을 관리하는 육군 비룡부대 관계자의 안내가 없었다면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묘역 아래쪽에는 헬기 착륙장이 있고 1묘역 바로 앞에는 ‘북한군/중국군 묘지 제1묘역’이라고 쓰인 콘크리트 안내판이 서 있었다.

1996년 7월 조성된 900여평 규모의 1묘역이 만장된 이후 2000년 6월 같은 크기의 2묘역이 조성됐다. 1묘역에는 158구의 유해가, 2묘역에는 25구의 유해가 화장된 뒤 매장돼 있다.

높이 50cm가량의 자그마한 각 봉분 앞에는 흰색 말뚝에 묘지 주인의 이름과 계급이 적혀 있지만 신원이 확인된 것은 20여기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무명인’으로 적혀 있었다.

이곳은 동족상잔의 한 흔적이기도 하지만 정전협정 이후에도 계속된 북한의 무력 도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6·25전쟁 때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구의 북한군 및 중국군 유해와 청와대 습격사건 때 사살된 무장공비 30명,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98년 반잠수정을 타고 여수 앞바다로 침투했다가 사살된 북한 공작원 6명 등이 매장돼 있다.

2묘역에는 추가 매장을 예상한 듯 깊이 40cm의 원형 가묘(구덩이) 10여개가 만들어져 있어 ‘아직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이 묘지가 조성된 것은 교전 중 사망한 적군이라도 묘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네바협정에 따른 것. 하지만 북한측이 공비를 침투시킨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유해를 인도받길 거부했기 때문이다.

비룡부대 관계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다”며 “이 묘역을 통해 북한이 무력 도발의 참담한 결과를 인식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