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검사가 왜 청와대 갑니까"

입력 2003-06-26 18:36수정 2009-10-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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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전국 검사장 간담회’에 참석했던 검사장 35명은 오전 회의를 마친 뒤 청와대로 들어갔다.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노 대통령이 검찰 간부를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검사들의 만남은 올해 3월 9일 ‘평검사와의 대화’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검사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지 못할 이유가 없고 검사장들이 인사권자를 접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논의하던 간담회 도중 검찰 고위 간부들이 집단으로 청와대에 들어가는 모습은 왠지 어색한 것 같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국민의 불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검찰이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고 천명했던 노 대통령에게 모두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인 2001년 6월 신승남(愼承男) 당시 검찰총장은 전국의 검사장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는 대통령과 검사장들의 청와대 오찬이 연례행사로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검찰은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의 입맛대로 처리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 전 총장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단순한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을까.

검사장들이 집단으로 대통령을 만난 것 자체는 검찰의 신뢰를 추락시킬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동안 검찰이 보여 왔던 행보에 있다. 정치적인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 결과를 사건 당사자나 국민이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그 의심의 근원지는 대부분 정치권과 검찰의 ‘부적절한 만남’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검찰 고위 간부들의 청와대 오찬은 ‘청와대와의 관계개선’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국민의 신뢰 회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강금실(康錦實) 법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검사들이 정치적으로 가치중립적인 견지에서 오로지 소신을 바탕으로 본연의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검사장들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중립성과 권위를 지켜주겠다면 대하는 방식도 그만큼 조심스러워야 한다. 단순히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것만으로 검찰의 중립은 보장되지 않는다. 당사자와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원장들이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참고가 될 듯하다.

정위용 사회1부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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