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주변의혹 엇갈린 말]뭘 숨기려고 거짓말했나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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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8일 특별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친형 건평(健平)씨의 재산 문제와 생수회사인 장수천의 채무 변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관련 당사자 및 주변인물, 청와대측의 엇갈린 ‘주장’과 ‘설명’이 한몫을 하고 있다. 일부는 착각이나 기억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지만 의도적인 ‘거짓말’로 여겨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경남 거제시 구조라리의 건평씨 땅과 별장을 매입한 태광실업 간부 정모씨(57)는 20일 “건평씨나 노 대통령이 관련된 사실을 알았다면 남의 입에 오르내릴 소지가 있어 안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노 대통령의 회견 후 “건평씨가 사달라고 했고 (태광실업 박연차·朴淵次) 회장에게도 보고했다”며 자신의 설명이 엉터리였음을 시인했다.

박 회장이 22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제3자의 소개로 연수원을 짓기 위해 샀으며 건평씨 땅인 줄 몰랐다”고 한 발언도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거래가격도 정씨와 건평씨는 5억여원이라고 했으나 청와대는 28일 배포자료에서 ‘박연차씨에게 총 10억원에 매도…’라고 적고 있다.

건평씨가 이 땅의 소유권을 처남 민상철씨에게 넘긴 경위에 대해서도, 건평씨는 “평소 처가의 돈을 많이 갖다 써 처남 명의로 넘겨주었다”고 설명했으나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8일 “경매에 들어가는 상황에 대비한 것일 수 있다”며 강제집행면탈 의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이 ‘실소유주가 노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임야 8700여평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형님이 개발정보를 듣고 샀다가 나중에 깡통이 된 거죠”라고 말했다. 형님 땅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건평씨는 “대통령이 모르고 한 소리다. 그 땅은 나와 아무 관계없다”고 반박해 실소유주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 땅의 등기부상 주인인 백승택씨(45)도 여전히 “소판 돈으로 샀으며 분명히 내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경영에 관여한 생수공장 장수천의 리스대출 채무변제 시점을 둘러싼 당사자간 진술도 엇갈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씨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용인시 2만4000여평의 땅을 판 돈으로 (채무를) 해결했다. 2월에 원매자가 생겨 하늘이 돕는구나 했다”고 말했다. 빚을 갚기 위해 뭉칫돈이 움직인 시점이 올 2월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이씨의 채무변제) 시기가 2002년 8월에 시작해 10월, 그리고 나머지 3억원은 (올) 2월에 변제된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난해 사실상 채무변제가 거의 완료됐음을 시사했다. 한편 박 회장 딸의 청와대 근무과정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당초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뽑힌 것”이라고 했지만 문 수석은 ”(건평씨와 박 회장이) 그렇게 저렇게 아는 사이라는 게 딸을 발탁한 경위가 될 수도 있겠다“고 다르게 설명했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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