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방미 '국빈'아닌 '실무방문' 사연

  • 입력 2003년 5월 5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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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11∼17일 6박7일 일정의 미국 방문은 '실무방문(working visit)' 형식이다.

우리 정부는 당초 미 측과 협의과정에서 '국빈방문(state visit)'을 추진했으나, 미국이 이라크전을 치르고 있는 전시 상황이라는 점과 북핵문제를 비롯한 현안이 산적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실무방문으로 낙착됐다. 여기에는 국빈방문은 1년에 2,3차례로 제한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적 관례도 감안됐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방미는 빌 클린턴 정부 때의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과 유사할 것이라고 한다. 조지 W 부시 정부는 기존에 국빈, 공식(official), 공식실무, 실무, 비공식(private)방문 등 5가지로 분류돼 있던 외국 정상에 대한 의전을 국빈방문 외에는 모두 실무방문으로 표현하는 등 2가지로 단순화했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는 노 대통령이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머물도록 하는 등 국빈방문에 준해 예우하는 분위기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특히 실무방문의 경우 미 대통령과 오찬을 하는 것으로 때우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이번 노 대통령 방문 때는 14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 15일 오전) 정상회담에 이어 바로 만찬 행사를 갖는 것은 노 대통령을 상당히 예우하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만찬행사를 갖지만 실무 방문인 만큼 국빈방문 때 있는 거창한 의전행사는 모두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국빈방문의 경우 500여명의 3군의장대 육군고적대 등이 동원돼 의장대 사열, 예포 발사(21발), 고적대 분열, 환영사 및 답사 교환 등 미국정부가 외빈에게 대하는 행사 중 가장 격식을 갖춘 백악관 공식 환영식이 이뤄진다. 또한 3시간 이상에 걸쳐 진행되는 양국 정상간 만찬, 상하 양원 합동 연설 등 최고의 예우를 받게 된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통상 집권기간 중 1차례 이뤄졌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95년 7월 3번째 방미 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98년 6월 첫 방미 때 국빈 방문했다. 최초의 미국 국빈방문은 91년 7월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때에야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미 때 대한항공(KAL) 비행기를 전세기를 타고 간다. KAL과 아시아나 항공 두 항공사를 상대로 입찰을 했는데, 대한항공이 써낸 가격이 1억원 가량 더 낮았다는 것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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