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특별 인터뷰]정몽준후보 全文

  • 입력 2002년 11월 21일 21시 08분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동아일보 사진부 안철민 기자가 정몽준 후보를 촬영하기 위해 원탁 한 가운데에 놓인 키가 큰 난 화분을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정 후보는 직접 들고 치우겠다며 일어났다. 그는 "(키가 작은) 정광철 공보특보보다는 내가 났지, 뭐"라고 말했다.

-단일화는 되나 안되나

"처음에 단일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노 후보는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성장배경도 다르고, 정책내용도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젠 한 고비는 넘겼다. 상대방 후보를 믿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단일화를 해도 하는 것이다. 가구로 비유하자면 의자를 너무 흔들어대선 안 된다. 의자를 만드는데 접착제가 제대로 안 붙어서 쓸 수 있겠느냐. 단일화가 문제가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양측 관계자가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단일화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일화 정신은 아직 살아았다는 의미인가.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27일 등록을 전제로 한다면 1주일 남았다. TV토론도 3∼5차례 한다면 한나라당이 샘낸다. 결국 선관위가 제한한 1회 토론에 비춰보면 시간여유가 있다."

-단일화 문제는 언제까지 클리어되어야 하나.

"TV 토론은 2,3일 내에 해야한다. 22,23일에 하면 되겠다. (22,23일에도 안된다면) 24일이라도 하겠다. 일요일인 17일 오전 7시에 전화받았다. 밤새도록 이야기가 잘 됐다고 들었다. 그날 점심때 (누군가를) 만났지만 합의문에 대해선 이야기 안 했다. 그날 저녁때 월요일자 가판 신문을 보니까 보도 안하기로 했던 내용 즉, 여론조사 회수 등을 대략적으로 봤다.

그날 이철(李哲) 전 의원과 나눈 통화내용이 있을 것이다. 요즘 도청여부를 떠나서 전화는 다 녹음된다니까. 이 전 의원에게 수고했다며 그냥 통화를 끝냈다. 그날 점심 때 양당에서 15명 가량이 만났다. 이 많은 사람이 만나는데 보얀유지가 가능하겠느냐고 참모진에게 물었는데, 약속장소에 옆문으로 들어가는 등 보안유지에 만전으르 기했다고 보고받았다. 하지만 당장 신문에 났다. 나도 구체적 내용을 그때 봤다."

-결국 일요일 밤 가판신문을 보고 보안에 실패한 것을 알았나.

"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몇 개 조사기관이 샘플링해서 단기간에 조사하려면 적어도 조사원이 1000명 이상 필요하다. 이들은 조사회사의 상근직원이 아니다. 따라서 조사원의 객관성 공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민주당이 조사과정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조사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다."

-합의문 유출을 국민통합 21에서 문제삼았는데. 정 후보가 참모진을 질타했나.

"단일화 합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정성 객관성 유지돼야 산다. 그래서 각 당 선대위에도 보고하지 안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항이 공개됐다. 이제는 참 하기가 어렵게 됐다.

무책임한 일을 하는 것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다. 우리는 운명을 국민의 손에 맡기기로 했지, 한나라당 장난에 맡기기로 한 것이 아니다. 양 당은 이야기를 신중하게 자제해야 했다. 궁극적인 목적이 대선 승리인 만큼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 협상을 요구하라고 지시했나.

"그렇지는 않다.재협상이 단어 자체가 좋은 말이 아니다. 다만 협상팀이 어렵게 됐다고는 말했다. 어려워졌지만 어짜피 단일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선거승리가 목표였지 않느냐. 선거승리를 위해 선거운동은 노,정 등 모두가 하는 것이다. 단일화 협상은 두 당이 가까워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멀어져선 안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구상은 언제부터 했나.

"대통령 출마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주 최근이다. 월드컵 때 생각하지 않았다. 월드컵이 끝난 뒤 1개월간 중국 말레이시아 미국을 다녀왔다. 출마생각이 있었다면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보냈겠느냐."

-민주당에서 정 후보가 최명헌(崔明憲)의원 등 후단협 소속 의원들을 만난 것을 의심한다.

"민주당이 문제삼을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한나라당은 불법 사조직을 운영했다가 선관위에게 적발됐다. 민주당이 우리의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문제삼으면 안 된다. 우리 당 전성철 정책위의장이 노무현 후보 지지해 달라는 익명의 전화를 두 통 받았다. 민창기 유세단장도 그랬다. 이런 것은 합법적이라고 본다. 한나라당도 민주당 못지 않게 활발히 영입활동하지 않느냐. 후단협은 민주당의 기구가 아니다. 민주당은 우리 최고간부까지 전화하는데, 우리라고 민주당 출신 의원들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나.

"한나라당은 내가 사업하는 사람이라 약점이 많을 것이라며 그렇게 말하지만. 대통령 자리가 감투가 아니다. 내가 아는 미국 상원의원이 당신처럼 국제적으로 역할이 많은 사람이 왜 단임 대통령을 하느냐. 임금자리라면 모르지만 이라고 했다. 나는 5년 단임이란 것이 매력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에 경륜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지적(知的)자본이 감가상각돼 마이너스 자본이 된 사람이 있다. 자리를 엔조이(enjoy)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안다. 5년간 중압감속에 일을 열심히 하면 힘도 없을 것이다. 내가 출마하는 이유는 몇가지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내가 출마안하면 자기들 공갈에 넘어간 것을 생각해 희희낙락할 텐데 나는 그 꼴을 못본다. 또 여자들에게는 좋은 표현이 아니지만 출마안하면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지율이 20%대가 됐을 때 이것저것 계산해서 출마 않겠다고 했다면 대한민국의 남자가 아니라고 본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공직과 죽음은 같은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맞는 말. 세네카의 말이다. 찾아왔을 때 도망가는 것은 어리석고, <영어로 death will이라고 죽을 짓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 있다> 찾아갈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몽준 후보를 아는 지식인이 정후보가 출마전부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정몽준은 끝까지 나오는 것처럼 한 뒤 안나오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장사라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람있는 일이고, 후회없는 일이다. 출마하길 잘 했다고 본다. 동아일보의 말말말 란에 그렇게 보도된 것을 봤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자칭 잘 아는 사람이겠지."

-존 케네디 주니어를 99년 초 단독 인터뷰 했었다. 그때 집안 좋고 잘 생기고 미래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한미 두 젊은이가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케네디뿐만 아니라 시라크 등 많은 사람을 만났다.(사무실에 걸린 사진들을 가리키며)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자였다. 같은 남자로서 만나고 싶었다. 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 기쁜 일이다. 그때 현대차에서 만든 스포츠카 티뷰론을 한 대 줬다. 그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을 때 그때 공항까지 타고 갔던 차다. 과거 케네디 주니어를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목발을 짚고 나타난 적이 있다. 그는 그때 'Politics is all about ideas and personality'라고 말했다. 세상 사는데 좋은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으 좋은 일이다. 그는 자기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격려하는 말을 많이 했다.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는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참신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 재벌 오너라는 이미지다. 지지를 하면서도 재벌오너가 집권하면 어떻게 정책을 펴겠느냐.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상당한 인기가 있으면서 지나친 친기업 정책으로 정정불안의 요인을 제공. 차제에 당선된다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용의가 있느냐.

"그 질문은 재벌은 나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군벌 학벌이 부정적 느낌이 듯. 사회 안정되려면 재벌이란 말이 대기업으로 바뀌어야. 3음절인 대기업이 재벌을 이기려면 2음절짜리 말로 바뀌어야 한다. 어쨌건 우리사회 문제점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안된 점인데 이것이 해결되면 재벌이란 단어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장군더러 대학교수같다고 하면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재벌더러 재벌2세 같지 않다고 하면 칭찬이다. 자기 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많고 압축성장을 하느라 자기가 한 일을 자기가 모르는 것이다. 대기업을 공과로 따지자면 과(過)보다는 공(功)이 많다. 사회환원도 생각은 했지만, 그거야 말로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자기를 이용했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평가도 이태리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이런 대목은 혹시 인터뷰 기사에 실릴까봐 두렵다. 벨루스쿠니는 나쁜 놈인데,하는 인식이 있는데 나도 그렇게 딱지 붙으면 곤란하다. 마치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으로 말이다."

-정 후보는 축구협회 재산 등 모든 것이 갖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서 모든 것을 다바쳐 국가를 위해 봉사할 사람 같지 않다. 버리는 것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이 문제는 화제거리가 안된다고 본다. FIFA 부회장 자리가 대통령직 수행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중요한 상황에 의사만 반영하면 된다. 공정성을 해친다면 할 일이 아니다. FIFA 부회장은 영광스런 자리다. 외교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12월3일 있을 여수박랍회 투표를 놓고 중국과 큰 경쟁중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관련을 맺고 있어야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축구에 관심이 있고, 또 1년에 절반을 축구일에 낼 수 있다면 나는 당장 (이 회장에게 물려주고) 그만 둔다. 하지만 (내가 나오면) 앞으로 50년간 FIFA 잽행위원회에 한국인이 못 들어간다. 사회환원도 중공업 소액주주 수십만명에게 피해가 갈 주식반환은 심사숙고 해야 한다."

-네티즌들은 정 후보에게 장기기증운동 및 화장 서약을 묻고 있다.

"생각해 봤다. 장기기증은 살아있을 때 눈 빼가겠다는 것이 아니죠? 그렇다면 나는 적극 찬성한다. 화장 문제는 과연 화장만이 묘지면적이 줄이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묘지면적이 넓다. 서양에서 적지만. 나는 묘지를 크게 만들어서 국토를 훼손할 생각이 없다. 화장이 좋은 방법인지는 확신이 없다."

-인터넷에 정후보를 빗댄 개그가 있다.

"있다고 들었다. 대통령 후보든 대통령이든 자유롭게 풍자하는 것은 좋다. 다만 한나라당에서 부추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통령에 출마한 생각 등이 준비가 안돼서 그랬을 것이다. 진작 준비도 할 껄 생각한다. 이것도 허무개그냐.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른다. 얼마나 대통령으로서 멸사봉공하는 사람인지. 노무현 이회창 후보가 나보다 더 헌신할지 나 자신도 잘 모른다. 그 사람들 모두 훌륭한 사람이다. 현재 한국에 중요한 것이 경제 남북관계 국제문제다. 내가 이런 점을 잘 한다고 본다."

-막스 베버는 '1대가 돈을 벌고, 2대는 정치를 하고,3대는 문화예술을 한다'고 말했다. 선대회장께서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고, 자녀에겐 무엇을 바라는가.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아버님은 내가 정치하는 것을 좋아했다. 대통령 출마까지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큰 아들은 경제학과 2년생으로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딸은 음악을 좋아했다. 고등학교때 음악공부하겠다고 해서 미국에 보내려다가 그만 뒀다. 한국에선 입시공부가 음악전공자에게 별로 도움이 안되니까. 그랬더니 고등학교때 미국가면 대학 못가서 미국 갔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포기했다."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아들 며느리를 새벽에 불러 아침식사를 한 뒤 걸어서 계동 현대사옥을 출근했다.

"아침식사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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