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씨 인준안 부결]민주 일부 “될 사람 보내야지…”

  • 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56분


한나라당(왼쪽) '부결 시키자'/ 민주당 '부결 막아야지...'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왼쪽) '부결 시키자'/ 민주당 '부결 막아야지...' - 서영수기자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개표가 끝난 28일 오후 3시57분 국회 본회의장.

단상 앞에 나가 있던 감표위원인 민주당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민주당 의원석을 돌아보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동시에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 이병석(李秉錫) 의원은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양손 검지손가락으로 ‘X’자를 그리면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음을 알렸다.

그러나 의원들은 개표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곧이어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개표결과를 발표했다.

“총 투표수 266표 중 가(可) 112표, 부(否) 151표, 기권 3표로 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표정이 굳은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정균환(鄭均桓) 총무, 김상현(金相賢) 고문과 함께 심각한 표정으로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고개를 숙이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투표 직후 회의장을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허탈한 듯 의자에서 몸을 뒤로 젖힌 채 멍하게 천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개표 전과 마찬가지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본회의 직후 민주당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할말이 없게 됐다”며 허탈한 표정으로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2차례나 의원 총회를 열었던 민주당은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세번째 의총을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흥분한 일부 의원들은 의총에서 “비록 오늘은 패했지만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은 몸을 던져서라도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 일당독재가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에서 될 만한 사람을 보내놓고 통과시켜 달라고 해야지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당에만 부담을 지우면 어떡하느냐”며 청와대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기업인 출신인 한 의원은 “회사 돈을 자기 돈 쓰듯 한 장 총리서리의 기업경영 행태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며 총리 후보의 결격사항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반대 당론을 정했던 한나라당에서는 “예상대로 됐구먼”하는 반응이 많았다.

인사청문특위 간사였던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장 총리서리는 검증을 하면 할수록 기분 나쁜 구석이 많았다. 자기에게 불리한 사항은 대부분 모른다거나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으로 미루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이번에는 통과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없지 않았지만 국민여론이 너무 안 좋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의원은 “대통령 측근에서 문제가 많았던 것 같다. 총리로 지명할 때부터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택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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