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 JP와 결국 '적과의 동침'?

  • 입력 2002년 5월 12일 18시 24분


'지방선거 필승'
'지방선거 필승'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3김(金)’과의 정치적 관계 설정에 고심하는 이유는 명분과 현실의 괴리 때문이다.

▽‘DJ 차별화’ 딜레마〓노 후보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대해 아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속사정은 복잡하다. 한 참모는 “부산 지역에서 이미 반(反) 민주당 세력을 중심으로 노 후보에 대해 ‘김소중’이니 ‘노대중’이니 하는 말을 퍼뜨리고 다닌다”고 우려했다.

당장 DJ 아들 문제가 노 후보의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 후보는 “본시 바람따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라며 “노풍(盧風)은 끄떡없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노 후보 측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가 “대통령이 아들 관리를 잘못했다”고 대신 치고 나온 것도 그런 배경이다.

노 후보 측 일각에서는 이와 함께 정책 중심의 정계개편 구상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DJ를 밟고 넘어서야 한다는 전략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DJ가 탈당하긴 했지만 민주당이 명실공히 ‘DJ당’에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나라당의 개혁세력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명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민주당 관계자는 “DJ나 그의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하면 ‘호남표’가 떨어지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남표’를 얻을 수 없는 게 노 후보늬 딜레마”라고 말했다.

▽‘YS 끌어안기’ 딜레마〓노 후보가 구상하는 정계개편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과거 민주세력의 결집이다. 또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서도 노 후보로서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민주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YS에 대한 접근은 당장 노풍의 진원지였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노사모)’ 등 지지자들로부터도 비판을 샀다. 개혁성이 퇴색된다는 반발이었다.

노 후보가 YS와의 연대에 집착한 것은 부산시장 선거 승리가 한나라당의 아성인 PK(부산 경남)지역을 허물고 자신이 구상하는 정계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 후보가 YS 자택을 방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의 부산시장 후보 낙점을 요청한 데 대해 당내에서도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단식 농성까지 벌인 사람을 부산시장 후보로 내세우려 한 것은 언론개혁을 주장해온 노 후보의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JP 달래기’ 딜레마〓이념적으로는 상극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충청지역 선거를 겨냥해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는 게 노 후보의 또 다른 딜레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등이 JP를 맡고, 노 후보는 YS를 맡는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는 “합당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JP를 결코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노 후보는 당초 “당내의 개혁적이고 참신한 원내 원외 정치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JP로 상징되는 낡은 충청에 대해 각을 세우겠다”고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자민련과의 제휴나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의 충청권 장악을 막겠다는 ‘타협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JP와의 공조가 이념과 정책중심의 정계개편과 상치된다는 지적에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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