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문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17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2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여야 대치가 막다른 국면으로 들어섰다. 민주당 내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김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 주목된다.

▽한나라당 강공 배경〓이회창 후보측의 전략회의에서 강공 방침이 정해진 것은 그동안 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2선 퇴진 등을 촉구해왔으나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회의에서는 김 대통령의 반응 여하에 따라 특검제 도입 요구를 병행해야 하며 김 대통령이 특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특검 임명권자를 대통령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해야 한다는 초강경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의 ‘정면돌파’ 기류〓민주당 내에서도 “결국 홍걸씨를 구속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한 의원은 “김 대통령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식을 검찰에 보낸다. 철저하게 수사해달라’는 대(對) 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홍걸씨를 검찰에 출두시켜야만 탈출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도 “대통령의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청와대에 공개적으로 촉구할 수도 없다는 점이 민주당측의 고민이다.

▽청와대의 수습책 고심〓청와대의 초조감도 커지고 있다.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 지휘부와의 의사소통이 차단돼 수사상황 진척을 상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의 운신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청와대측은 내부적으론 검찰수사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상정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홍걸씨의 검찰조사→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민주당 탈당 등 순차적인 대책도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야당이 김 대통령의 국정 2선후퇴까지 주장하고 있으나 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것도 할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DJ 탈당할까〓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전한 “정치와 분리해 여야에 똑같이 거리를 두겠다”는 김 대통령의 언급은 일단 김 대통령의 정치 불개입과 대선 중립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대목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선 김 대통령의 언급을 단순히 정치중립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만 한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경선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김 대통령을 예방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청와대측이 “민주당 후보만 따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힌 점을 여권 인사들은 주목하고 있다. 여야 후보가 확정돼 김 대통령과 만날 때는 이미 김 대통령의 신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청와대측은 공식적으로는 “무리한 예단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윤영찬기자 1yyc11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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