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노무현의 화술]치고 빠지기 對 핵심 피하기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19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언변 또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각종 TV토론이나 기자간담회 등에서 공세를 피해가거나 반전을 꾀하는 두 후보의 임기응변은 가히 ‘정치 10단’ 수준이다.

▽이인제 후보의 ‘치고 빠지기’〓이 후보는 노 후보의 장인 부역 문제를 놓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노 후보의 장인 부역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 후보 측 공보특보가 이 사실이 게재된 주간지 복사본을 “참고하라”며 돌린 데서 비롯됐으나, 이 후보는 4일 밤 ‘MBC 100분 토론’에서 “우리 쪽에서 그 문제를 ‘공식’ 제기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에 노 후보가 ‘적반하장’이란 반응을 보이자 이 후보는 “우리 쪽에서 그랬다면 유감이다”며 물러섰다.

이 후보는 6, 7일 인천 경북 경선 합동유세에선 “영부인이 남로당 선전대장의 딸이라고 하면 군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압박했다가 10일 기자회견에선 “그런 문제에 대해선 흥미가 없다”고 다시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또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지지 후보를 밝히라”고 촉구한 뒤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DJ를 왜 끌어 들이냐”는 역공을 받자 “나는 내 얘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 김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공격할 뜻이 없다”고 비켜갔다.

▽노무현 후보의 현란한 화술〓노 후보는 상대방이 민감한 질문을 하면 상대방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최근 한 TV토론에서 “술자리에서 ‘동아일보 폐간’이란 얘기를 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상식 밖의 불가능한 일을 이야기했을 때 그대로 믿으면 믿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니냐. 내가 ‘달을 따오마’ 했다고 해서 달을 따온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되묻는 식이다.

10일 충북지역 토론회에선 이 후보가 “우리의 주적이 북한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노 후보는 “이런 자리에서 나더러 대답하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노 후보는 또 6일 인천 경선에서 자신의 장인 부역 문제와 관련, “그럼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며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반전을 꾀하기도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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