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현직 단체장과 당내 경쟁자의 경선을 둘러싼 갈등 정도에 불과하던 것이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노무현(盧武鉉) 돌풍’까지 불어닥치면서 영남권에도 심상치 않은 동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는 당내 주류인 김용균(金容鈞) 의원에 이어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이 22일 지사 경선 후보등록을 마치자 돌연 휴가를 내고 잠적했다. 김 지사의 측근들은 “주류 측이 경선을 통해 김 지사를 배제하려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지사가 이날 오후 후보등록 신청서를 접수했다가 이를 철회하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노무현 바람을 주시하고 있는 김 지사가 탈당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이 지사가 후보 등록에 불참한 것은 ‘한나라당이 합의추대해 주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최후의 배수진을 친 것이다”고 분석했다.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의 돌연한 경선 불참 선언(20일)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문 시장이 ‘비자금 관리’ 의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선 불참을 선언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즉 문 시장이 무소속 출마까지 생각하면서 영남권의 판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태(金瑢泰) 전 내무부장관이 21일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대구시장 후보 신청을 한 데 대해서도 “영남권의 이상징후를 심각히 여긴 당지도부와 김 전 장관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부산도 심상치 않다. 안상영(安相英) 현 시장 측은 “시민 여론조사에서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당 대변인과 기획위원장을 지낸 권철현(權哲賢) 의원이 ‘이심(李心·이회창 총재의 의중)’을 앞세워 대의원표를 훑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부산은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바람’의 직접적 영향권 안에 들어 있어 안 시장이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시장 선거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경북은 이의근(李義根) 현 지사를 합의추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권오을(權五乙) 의원은 “25일 도지부 운영위의 결정을 지켜보겠다. 경선 요구가 끝내 거부된다면 ‘중대결심’을 발표하겠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