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영남 단체장 경선 난기류

  • 입력 2002년 3월 22일 18시 30분


한나라당의 영남권, 특히 부산 대구 경남의 시도지사 선출 구도가 이상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처음엔 현직 단체장과 당내 경쟁자의 경선을 둘러싼 갈등 정도에 불과하던 것이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노무현(盧武鉉) 돌풍’까지 불어닥치면서 영남권에도 심상치 않은 동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는 당내 주류인 김용균(金容鈞) 의원에 이어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이 22일 지사 경선 후보등록을 마치자 돌연 휴가를 내고 잠적했다. 김 지사의 측근들은 “주류 측이 경선을 통해 김 지사를 배제하려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지사가 이날 오후 후보등록 신청서를 접수했다가 이를 철회하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노무현 바람을 주시하고 있는 김 지사가 탈당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이 지사가 후보 등록에 불참한 것은 ‘한나라당이 합의추대해 주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최후의 배수진을 친 것이다”고 분석했다.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의 돌연한 경선 불참 선언(20일)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문 시장이 ‘비자금 관리’ 의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선 불참을 선언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즉 문 시장이 무소속 출마까지 생각하면서 영남권의 판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태(金瑢泰) 전 내무부장관이 21일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대구시장 후보 신청을 한 데 대해서도 “영남권의 이상징후를 심각히 여긴 당지도부와 김 전 장관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부산도 심상치 않다. 안상영(安相英) 현 시장 측은 “시민 여론조사에서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당 대변인과 기획위원장을 지낸 권철현(權哲賢) 의원이 ‘이심(李心·이회창 총재의 의중)’을 앞세워 대의원표를 훑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부산은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바람’의 직접적 영향권 안에 들어 있어 안 시장이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시장 선거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경북은 이의근(李義根) 현 지사를 합의추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권오을(權五乙) 의원은 “25일 도지부 운영위의 결정을 지켜보겠다. 경선 요구가 끝내 거부된다면 ‘중대결심’을 발표하겠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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