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내년 예산안 조정 소위구성부터 신경전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57분


'잘해봅시다' 김충조 예결위원장(가운데),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왼쪽), 민주당 강운태 의원
'잘해봅시다' 김충조 예결위원장(가운데),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왼쪽), 민주당 강운태 의원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항목 조정을 위한 계수조정소위원회 구성 문제를 둘러싸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예산의 규모 및 배정이 사실상 소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여야가 예산결산위원회의 대정부 정책질의를 예년보다 빨리 끝내고, 전권을 가진 양당 정책위의장을 소위에 참여시켜 신속한 협상을 이끌기로 하는 등 순항했다. 정책위의장의 소위 참여는 처음 있는 일로, 해마다 소위 구성을 지역별로 안배해 예산 나눠먹기라는 부정적 인상을 남긴 것을 불식하고 여야 이견을 직접 조정해 올해만큼은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소위원회 구성 단계에 이르자 여야는 주도권 확보를 위해 팽팽히 대립했다.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예결위 간사협의를 갖고 소위 구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위원 수 문제로 협상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비교섭단체의 위원 수가 5대 4대 1 또는 4대 3대 1이 돼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 이럴 경우 위원 총수는 짝수가 된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내심 양당 동수로 할 경우 비교섭단체 몫을 없앨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운태 의원은 “소위에서 표결할 경우에 대비해 위원 수를 홀수로 하는 것은 오랫동안 지켜온 불문율이고, 그 전제 아래 의석수대로 나누면 양당이 같은 수를 차지하게 돼 있다”며 “소위 위원장도 88년 이후 예결위원장이 겸해온 게 관례이므로 협상 여지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이한구 의원은 “예결위원장도 한나라당이 맡아야 했지만 여당 존중 차원에서 양보했는데, 소위원장까지 여당이 맡겠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양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소위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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