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0월 26일 01시 3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서울 구로을과 동대문을의 개표 결과는 현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구로을의 경우 아파트 밀집지역인 구로1동과 신도림동에서 민주당 김한길 후보는 1000여표 이상 졌고, 전통적으로 여당 초강세지역으로 분류됐던 가리봉1, 2동에서는 불과 100여표 정도밖에 이기지 못했다.
동대문을 또한 야당 강세지역에서의 패배는 물론, 여당 강세지역인 답십리 등 서민층 거주지역에서조차 투표소별로 200여표 이상씩 민주당 허인회(許仁會) 후보가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후보에게 뒤졌다.
지난해 총선에서 3표 차로 낙선한 뒤 1년6개월 가까이 지역구를 꼼꼼히 챙겨 “지역구 내의 전봇대 숫자까지 알고 있다”고 자신하던 허 후보의 패배로 민주당은 깊은 내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이 예상치 30%를 크게 웃돌았던 것도 결과적으로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권은 조직력의 싸움으로 승패가 갈리는 30%대의 투표율을 내심 바라고 있었지만, 투표율이 40%대에 달함으로써 조직력보다는 민심에 따라 좌우되는 ‘바람’이 승패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먼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비리의혹 사건으로 ‘가랑비에 옷 젖듯’ 심화됐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된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제주여행과 경찰의 정보보고서 유출, 한나라당 제주도지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악재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허인회 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조직력은 풀 가동했다”며 “그러나 각종 게이트로 인한 반여(反與)바람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제시한 ‘지역 일꾼론’보다는 한나라당의 ‘정권 심판론’에 호응했다고 볼 수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도 민주당이 패배한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올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 및 여권 관계자들의 장밋빛 예측과는 달리 경제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을 가속화시킨 듯하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우세를 보여왔던 서민층 거주지역에서조차 고전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