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러 이모저모]능숙한 영어실력 과시

  • 입력 2001년 7월 31일 20시 24분


지난달 26일부터 시베리아 횡단여행에 나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처음으로 31일 시베리아 공업도시 옴스크에서 머물며 1박2일간의 ‘현장학습’을 시작했다.

○…러시아측은 김 위원장이 도착한 옴스크역에 소수의 현지 취재진만의 접근을 허용하는 등 김 위원장 일행의 안전을 위해 물샐 틈 없는 대비를 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일부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머무는 동안 예정된 행사에 초청 받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1일 T80탱크를 생산하는 트란스마슈와 S300 지대공 미사일을 제작하는 우주항공 기업인 폴료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직원 5000여명의 트란스마슈는 최신예 T80탱크와 민수용 트랙터 등을 생산한다. T80탱크는 러시아군 외에 중국 북한이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도 경협차관과 상계해 몇 대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료트는 S300 미사일 외에 AN74 등 민수용 항공기와 ‘코스모스 3M’ 우주선 발사대 등을 제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0일 특별열차가 노보시비르스크에 잠시 머무는 동안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목숨을 구했던 구 소련군 장교의 유족에게 수행원을 시켜 선물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이 선물을 보낸 러시아인들은 46년 평양역 광장에서 김 주석을 향해 날아온 수류탄을 몸으로 막은 소련군 장교 야코프 노비첸코의 부인 등 유족 5명. 눈과 한쪽 팔을 잃은 노비첸코는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았으며 최근 고령으로 숨졌다. 김 위원장은 당초 이들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귀국하는 길에 만나기로 했다고 수행원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이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러시아 고위관리가 30일 전했다. 특별열차에 동승하고 있는 이고리 콜로메이체프 극동지구 대통령 대표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동행한 러시아 관리에게 러시아의 상황과 시베리아의 자연경관 등에 대해 영어로 질문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내 ‘유라’라는 러시아 이름까지 있는 김 위원장이 능통한 러시아어 대신 영어를 사용한 것은 영어 실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한 소식통은 풀이했다. 김 위원장은 여러 분야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쉴새없이 던졌다고 러시아 관리들은 전했다. 특별열차에는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 등 러시아 고위관리들이 동승했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너무 느리게 달려 러시아인들이 불만이라고 러시아 TV가 보도했다. 크라스노야르스크의 한 TV는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시속 60㎞ 이하로 주행해 극동지역을 출발한 열차 4대가 10시간 이상 지연됐으며 이 때문에 역무원을 향해 수많은 승객이 항의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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