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법무 충성문건 파문]법무부-검찰 표정

  • 입력 2001년 5월 23일 00시 24분


안동수(安東洙) 신임 법무부장관의 ‘충성문건’ 배포사건으로 법무부와 검찰은 22일 하루종일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특히 안 장관의 부탁을 받고 문제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한 이모 변호사가 문건을 작성했다는 시점에 ‘골프를 치고 있었다’는 의혹이 오후 7시경 일부 신문 가판에 보도되자 일선 검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 변호사가 다른 언론사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자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하루종일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다.

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제의 보도 사실을 보고 받은 뒤인 오후 8시경 지인들과의 저녁자리를 급하게 끝내고 청사로 복귀해 분위기를 파악한 뒤 다시 퇴근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였다.

이날 오후에는 법무부와 검찰의 고위간부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각 언론사에 ‘충성문건’ 관련기사가 어느 정도 더 보도될지 등을 귀동냥하면서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말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각에서는 비록 일부 보도내용이 다소 과장되고 사실과 다르더라도 안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 법무부장관직 유지가 더 이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대두됐다.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한 부장검사는 “안타깝기는 하지만 대세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인선이 잘못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검사는 “일련의 사태에 의해서 검찰 조직이 ‘정권 재창출’ 등에 이용된다는 시각을 국민이 가지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검사는 “공식 취임사도 아니고 여직원의 실수로 유출된 사적인 문건을 가지고 언론이 너무 심하게 조직을 흔들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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