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대변인의 무책임한 말

  • 입력 2001년 1월 3일 18시 56분


민주당의원 3명의 자민련 ‘임대 입당’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와 관련해 박준영(朴晙瑩)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이 3일 출입기자들에게 한 반박 발언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는 “언론에서 대통령에 대해 ‘이중적 리더십’ ‘독선정치’라고 비판하는데 지금 대통령은 민주적 리더십으로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는 ‘의원 임대’라는 기만적 수법을 통한 인위적 원내교섭단체 만들기를 손가락질하는 국민과 언론의 비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오만한 자세로 밖에 볼 수 없다.

세 의원 이적에 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3일 공식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전제 하에 ‘그러나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처럼 대통령부터가 정도(正道)와는 거리가 먼 방법이라고 인정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代辯)하는 자리인 공보수석의 입장에서 여론을 겨냥해 항변 불평하듯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되고 빗나간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박수석은 또 “언론이 공정한 잣대로 비판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상당 부분 잘못하면 그것대로 비판해야 하는데 그걸 무시하고 쓰기 때문에 편향적 시각이 된다. 여당이 얼마나 불가피했으면 그런 이적(移籍)까지…”라며 이어 중대 발언을 했다. 그는 ‘꼼수정치’같은 한나라당 성명서의 용어를 그대로 언론에서 받아쓰는 것을 보면 참으로 “한나라당이 관리하는 우호적인 언론인들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야당 성명에 나온 ‘꼼수정치’같은 말이 야당만이 특허받은 용어가 아니라면 그런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적대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나아가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언론인이 있다면 그 증빙을 보여야지, 그런 식의 무책임한 감정적 대응으로 나서는 것은 대통령 대변인의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박수석이 “그런 언론인들이 과거 독재 정권시대에 무슨 비판을 했느냐. 민주적으로 하는 시대가 오니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운운한 대목도 문제다. 언론이 과거 군사 독재가 극심하던 시절 제 역할을 못한 원죄(原罪)를 부인할 길이 없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대로 언론 내부에서 참회하고 반성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원죄가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정권이나 정부의 잘못조차 눈감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박수석의 발상은 참으로 위태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독선적인 사고방식이 박수석 혼자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이 정권 핵심 인사들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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