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김정일 튀는성격 모정결핍탓"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9시 06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成蕙琳)씨의 언니 혜랑(蕙琅)씨의 자서전 ‘등나무집’(출판사 지식나라)이 27일 출간된다.

동아일보가 26일 단독입수한 이 책에서 혜랑씨는 김국방위원장이 동생 혜림씨를 만난 계기, 김국방위원장의 성격과 인간성 등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혜랑씨는 이 책에서 북한에 납치됐던 최은희(崔銀姬)씨가 동평양 관저(김국방위원장 별장)에서 만났던 김국방위원장의 부인이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김영숙(金英淑)씨가 아닌 혜림씨라고 증언했다.

97년 2월 피살된 이한영(李韓永)씨의 모친인 혜랑씨는 김국방위원장의 처형이란 위치로 인해 북한 권력핵심부의 생활상에 대해 누구보다 잘아는 사람이다.

그는 경남 창녕의 한 명문가 3대독자인 아버지 성유경씨와 20년대 민족주의 잡지 ‘개벽’의 여기자였던 어머니 김원주씨가 6·25전쟁때 월북할 때 함께 북으로 넘어갔다. 혜랑씨는 96년 2월 서방으로 탈출해 현재 유럽의 한 국가에 체류하고 있다. 다음은 ‘등나무집’의 주요 내용.

▽김국방위원장과 성혜림씨의 만남〓영화배우인 동생 혜림은 68년 캄보디아 프놈펜 영화축전에서 창조수기(연기 체험기)를 단숨에 써내고 기자인터뷰를 거침없이 하면서 김국방위원장의 시선을 끌었다.

축전이 끝난 뒤 시아누크국왕은 김일성(金日成)주석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당시 영화부문을 책임지고 있던 김국방위원장은 축전결과에 만족해하면서 혜림의 역할을 높이 치하했다.

당시 계모인 김성애(金成愛)가 2인자로 등장하면서 아버지의 신임을 받아야 할 절박한 처지에 있던 김국방위원장은 이 때부터 혜림에게 호의와 관심을 보이면서 마침내 결혼으로까지 발전했다.

▽김국방위원장의 성격〓연상인데다 유부녀였던 혜림과 가정을 꾸린 김국방위원장은 자유분방한 개성의 체현자였다. 김국방위원장은 70년대초 사슴사냥을 나섰다가 분만기의 사슴이라는 사실을 안 뒤에는 고급 당간부들이 다니는 남산병원 산부인과에서 분만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우리 어머니는 김국방위원장이 순수한 인간이며 인지력과 인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화적인 것을 좋아했고 지식을 중시했으며 미를 좋아했다. 멋을 느낄 줄도 알았다. 그러나 그 까다로운 감도를 맞추기는 힘들었다. 정중하고 수수한 멋, 품위를 보면 굳은 얼굴이 풀리고, 조금이라도 치사하고 너절한 것에는 고래고래 소리쳤다. 가난하고 세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그는 예술가가 되었을 것이다.

▽김국방위원장의 아들 사랑〓김국방위원장은 비밀 노출을 우려해 바깥세상과 차단된 아들(정남)이 애처로워 자기 힘껏 아들을 위한 일에는 그 무엇도 아끼지 않았다.

김국방위원장은 잠투정하는 아들을 업어 재웠고 울음이 그칠 때까지 업고 들썩이며 엄마들이 우는 아이 달래듯 아기와 중얼거리며 얼렀다. 혜림은 그가 측은했고, 엄마 없이 자란 그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의 세도 밑에서도 고독하게 헤매던 그의 청춘을 이해해 주었다.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95년10월 모스크바에서 국제전화를 통해 14년만에 아들 일남(이한영의 본명)의 절박한 전화를 받았다. 분별을 잃을 정도로 가난한 내 아들을 부추겨 전화를 걸게 하고 그것을 녹음하여 ‘특종의 명성’을 노린 상업주의 언론이 붙어앉아 시킨 전화라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김영식·이광표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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