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대화록]클린턴 "북-미관계 해결 도와달라"

  • 입력 2000년 9월 8일 02시 0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빌 클린턴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7일 밤(한국시간) 두 정상이 같이 묵고 있는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김대통령이 클린턴대통령의 숙소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예정보다 다소 길어진 45분간의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취소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는 데 공동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됐던 김대통령의 ‘4자회담’ 제의는 시간제약 등의 사정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다음은 두 정상의 대화록 요지.

▽클린턴대통령〓김대통령이 한국과 북한뿐만 아니라 지역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용감하고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김대통령〓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왔던 주한미군 연방제 국가보안법 등 세가지 문제에 대해 상당히 이해의 폭을 넓혀 해결됐다.

▽클린턴대통령〓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일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많은 노력을 했으나 무산됐다.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김대통령〓한국도 노력하겠으니 미국도 계속 노력해주기 바란다.

▽클린턴대통령〓김대통령도 이미 말한 적이 있지만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여사가 연금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수지여사의 정치활동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대통령〓10년이 되도록 국민의 70%의 지지를 받은 정치인이 억압을 받고 있는 것은 반민주적이다. 유엔은 미얀마문제를 결의해 놓고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 원탁회의에서 거론할 것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아시아 국가의 발언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김대통령의 관심과 지도력이 필요하다.

▽김대통령〓한국민들은 전통적인 우호관계에서 볼 때 미국과의 협력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가끔 미국 언론에 반미운동이 일어난 것처럼 보도된 적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다만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독일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있다. 양측의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런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클린턴대통령〓한국이 경제위기를 급속도로 극복한 데 대해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뉴욕〓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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