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민관교류 합의…수교문제는 타결 못봐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57분


북한과 일본 정부는 외교관과 민간경제인 상호 교류를 하기로 24일 합의했다. 또 수교를 위한 제11차 본회담은 10월 중순경 갖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일본 지바(千葉)현 기사라즈(木更津)시에서 제10차 회담을 끝내며 공동발표문을 통해 “선린우호관계의 조기수립을 목적으로 과거청산문제 등 양국간 현안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11차 본회담 장소를 제3국으로 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장소는 정하지 못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일본은 중국 베이징(北京)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서도 북한측은 사죄와 보상을 통한 ‘과거청산’의 선결을, 일본측은 일본인 납치문제 등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 가시적인 성과는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앞으로 북―일 교섭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몇 가지 조짐을 보여줬다.

우선 협상을 계속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측은 ‘납치’라는 단어를 써가며 이 문제를 적극 거론했다.

북한측은 “납치자는 없으며 행방불명자로 계속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는 4월 평양에서 열린 제9차 회담시 납치란 말을 사용하는 한 협상할 수 없다던 강경태도보다 유연해진 것이다.

양측이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타결짓자는 상대방의 속내를 확인한 것도 성과다. 일본측은 수교를 위해서는 어차피 사과와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해결 순서가 문제일 뿐이다. 북한도 세계 각국이 북한의 개방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현 시기가 수교를 위한 절호의 기회란 점을 알고 있다.

양측 모두 ‘탐색전’이 끝난 만큼 다음 11차 본회담부터는 뭔가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측은 과거청산문제 외에 약탈문화재 반환, 재일조선인의 법적 지위 문제 등을 자세히 거론했다.

일본측도 북한의 미사일 핵 공작선 마약밀수 그리고 북한에 살고 있는 일본인의 고향방문, 요도호사건 범인 인도 문제 등 현안을 모두 거론했다.

북한 정태화(鄭泰和)대사와 일본 다카노 고지로(高野幸二郞)대사는 23일 저녁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4시간 동안이나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는 앞으로의 회담진행 방향에 대해 상당한 의견조정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다른 변수는 내달초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와 김영남(金永南)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이다.

<기사라즈〓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북일 교섭 양측의 주장
항목일본북한
교섭방법납치, 미사일개발 문제 등을 일괄처리한 뒤 국교를 정상화한다사죄와 보상을 통해 ‘과거청산’을 하고 그 외 현안은 수교 후 처리한다
사죄 보상―사죄는 95년8월 무라야마 총리의 사과 담화의 선에서 이해를 구한다
―보상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구권방 식’으로 처리한다
―사죄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해야 한다
―‘청구권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납치문제국민의 생명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절대로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다납치는 없다. 행방불명자로서 적십자가 계속 조사하겠다
미사일개발미사일개발은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위협한다국가주권에 속한 문제로서 관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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