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앞둔 부처 표정]주말관가 영전…퇴진…說說說

  • 입력 2000년 8월 4일 19시 02분


개각이 임박한 4일 관가는 ‘폭풍 전야’와 같은 모습이었다. 퇴진이나 이동 영전 등 하마평에 오르는 장관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 대부분 공식일정을 취소한 채 집무실을 지켰다. 일부 장관은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재경부장관설이 나돌고 있는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은 “아직 전혀 연락받은 게 없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오전에 간부들과의 티타임 때는 표정이 밝아 뭔가 언질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취임 7개월도 안돼 경질이 확실시되는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은 미뤘던 휴가를 떠났다. 당초 2일부터 5일까지 휴가 일정을 잡았던 이장관은 국회일정을 이유로 휴가를 취소하고 근무했으나 이날은 출근하지 않고 서울 근교에서 휴식을 취했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주초부터 휴가를 냈으나 현안인 현대 계열분리 문제 때문에 휴가 계획을 취소하고 서울 부근에 머물러 있다. 측근들은 “예산처장관 등 기용설이 나돌고 있는 전위원장으로선 공정위장으로서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를 현대 계열분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항상 의욕적인 김영호(金泳鎬)산자부장관도 이날은 별다른 공식일정 없이 집무실을 지켰다. 김성훈(金成勳)농림, 김윤기(金允起)건교부장관도 차분하게 하루를 보냈다.

○…교육부는 교육부총리 승격과 함께 장관 교체가 확실한 쪽으로 분위기가 돌아가자 누가 새로 기용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들은 “그동안 교수 출신 장관들이 정치력과 행정능력 등에서 문제점을 보인 만큼 정치인 출신 장관이 오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 3개 교수단체는 4일 최근 개각 보도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새 교육부장관은 교육의 민주성과 공공성에 투철한 인물이어야 한다”며 “대학의 시장화에 앞장섰거나 대통령과 관련된 단체의 인물들은 교육부총리 후보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김정길(金正吉)장관의 유임 가능성이 99.99%라고 말했다. 그래서 개각문제가 아예 얘깃거리가 안되는 분위기다.

노동부는 최선정(崔善政)장관의 경질과 유임설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질될 경우 조심스레 내부 승진을 기대하는 눈치.

행정자치부는 유임이 확실할 것으로 예상해온 최인기(崔仁基)장관이 이번 개각 때 교체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부분의 간부와 직원들은 여전히 유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관들보다는 오히려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사령탑의 거취에 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진념장관의 영전설이 나돌고 있는 기획예산처 직원들은 “그동안 개각 때마다 재경부장관설이 있다가 무산됐는데 이번에야말로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고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재경부 직원들은 “이헌재장관이 산적한 과제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각 부처는 개각을 앞두고 괜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자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부처는 오전에 ‘빅 뉴스’를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쓸데없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이를 연기했다.

총리실은 이날 대통령이 개각에 앞서 5, 6일경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와 각료 인선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하고 현 각료들에 대한 평가자료와 인선대상자들에 대한 인사자료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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