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訪北/北-러 관계 50년]밀월…별거…애증 쌍곡선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43분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50년간 혈맹(血盟) 또는 맹방(盟邦)으로 표현되는 우호관계를 유지하다 때로는 사실상 단교직전까지 치닫는 부침을 계속했다. 애증(愛憎)이 교차한 과거사를 지니고 있는 것.

북한과 러시아의 비공식적인 관계는 1931년 김일성(金日成)장군이 만주에서 항일유격대를 조직, 함경북도 보천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근거지를 소련영내로 옮긴 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성은 소련군과 연합, 항일투쟁을 계속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45년 해방과 함께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의 후원으로 김일성은 48년 9월 북한정권을 수립했다. 이후 양국관계는 ‘후원자와 보호자의 관계’를 뛰어 넘어 ‘맹방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6·25전쟁 과정에서 소련의 소극적인 군사적 개입과 56년 니키타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격하운동은 북한의 대소련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북한은 59년 중―소분쟁이 발발하자 정치적 자주와 경제적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를 뼈대로 하는 주체사상을 내세우면서 소련 편향적인 대외정책에서 벗어나 중립국과의 외교활동에 주력하는 다변화외교로 전환했다. 특히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역점을 두면서 60년대 이후 중국과 소련을 양축으로 하는 등거리 줄타기 외교노선을 80년대까지 유지해 왔다.

냉전체제의 붕괴와 함께 소련은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91년 한국과 소련이 공식외교관계를 수립하자 고립된 북한이 소련과의 실질적인 교류를 중단, 양국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소련붕괴 이후 등장한 보리스 옐친의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선다. 옐친은 61년 흐루시초프 서기장과 김일성 주석간에 체결된 ‘조―소우호조약’을 올 2월 ‘북―러우호조약’으로 갱신, 양국 관계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국은 96년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재개와 2월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과거의 우호적인 동맹관계를 다시 복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는 ‘북―러우호조약’에서 과거 공산주의 이념에 기초한 혈맹관계 대신 북한을 정치안보 중심의 우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을 압박하면서 한국과도 등거리외교를 통해 경제적인 실익을 얻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북―러 관계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외교적인 고립에서 탈피해 자주외교와 경제재건이라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새로운 밀월기를 맞았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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