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가 본 대법관청문회]"진행 무난" "실속없다"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38분


6일 사법사상 처음 실시된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현직 판검사들과 재야(在野) 변호사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현직 판검사들이 ‘선배’들에 대한 청문과정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점에 안도하는 반응을 보인 반면 재야 변호사들은 국회의원들의 준비부족과 대법관 임명제청자들의 자신 없는 답변 태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우선 청문회가 총리 청문회 때와 같이 ‘꼬투리잡기’식 논쟁으로 진행될 것을 우려했던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법원 공보관 김용섭(金庸燮)판사는 “청문회에서 인신 공격이 벌어질 경우 향후 대법원 재판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것을 걱정했으나 예상외로 진지하고 철학적인 질의 답변이 진행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내에서도 진보적 성향의 소장 판사들은 다른 시각에서 청문회의 의미를 평가했다. 청문회가 사법부 독립과 고위 법관 인사의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법부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폭넓게 공론화하는 장(場)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제 법관들은 언젠가는 청문회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고 사법부 독립 등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서도 모든 법관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야에 속하는 변호사들은 청문회 진행에 불만을 표시했다. 김종훈(金宗勳)변호사는 “제청자들이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거나 ‘연구해보지 않았다’는 등 국정감사와 비슷한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보여 청문회의 의미가 반감됐다”고 지적했다.

김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의 탄력적인 적용 문제라든지 대법관 임명 과정의 민주성 등 재야에서 지적해온 문제에 대해 임명 제청자들이 자신있게 소신을 피력하는 자세가 아쉬웠다”며 “일부 의원과 후보자는 사전에 말을 맞추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유선영(柳宣榮)변호사는 “개개인을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이 부족해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입법부와 사법부의 번지르르한 말 잔치에 불과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특위위원들의 준비부족을 꼬집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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