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6월풍향 3題]범여권 '수적 우위' 유지?

  • 입력 2000년 6월 6일 21시 11분


《‘4·13’총선 후 여야의 첫 힘겨루기의 장이었던 국회의장 경선에서 범(汎)여권 연대, 즉 ‘비(非) 한나라당 연대’가 낙승을 거둠으로써 정국 주도권은 여권 쪽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그러나 여야간에는 쟁점 현안이 산재해 있는 데다 여야의 내부 사정도 복잡다단해 범여권의 ‘수적 우위’가 정국 운영을 계속 주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非한나라당 연대/현안 민감할땐 깨질 수도▼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의 득표가 정확하게 민주당(119명) 자민련(17명) 민국당(2명) 한국신당(1명) 무소속(1명)의 합계인 140표로 나오자 민주당측은 ‘범여권의 태동’ 운운하며 정국 주도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자민련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공조 복원을 원인 무효로 되돌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DJP 회동’에 선뜻 응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

민국당과 한국신당도 이번 의장 경선 협조가 어디까지나 ‘사안별 협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한나라당 연대’가 계속되려면 민주당이 이들의 요구를 일일이 받아주어야 하는 형편. 당연히 민감한 현안이 불거지면 연대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결속력/"겨우 1표 이탈"느긋▼

의장 경선 패배 후 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회창(李會昌)총재 측근들의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의장 후보로 나선 서청원(徐淸源)의원이 132표를 얻어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1표에 불과했고 그만큼 이총재 중심으로 당이 결속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98년 8월 15대 국회 후반기 의장 경선에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최소 10표 이상이 이탈한 것으로 추산됐고,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 임명동의안 표결 때는 무려 30표 이상이 찬성 쪽으로 건너갔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민주당으로부터 각종 회유와 압박이 있었을 텐데도 이 정도 결속력을 과시한 것은 이총재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산적한 여야 쟁점/상임위 배정등 곳곳 난관▼

여야 협상에서 이미 민주당은 종전보다 훨씬 강경한 자세다.

우선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15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몫이었던 법사 통일외교 정무 정보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또 이미 공개 원칙에 합의했던 인사청문회도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언제 여야 관계가 대치 국면으로 돌아설지 유동적인 상황이다.

여기에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위해서라면 의장 직권 상정에 표결 처리라도 강행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여론의 80%가 자민련을 위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난색을 감추지 않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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