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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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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과거 ‘정치 1번지’의 명성을 갖고 있었던 서울 종로에는 9명의 후보가 출마해 치열한 경쟁.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후보와 민주당 이종찬(李鍾贊)후보가 선두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다른 후보들이 틈새전략으로 파고들고 있는 양상.
이 지역 일대에 아파트단지가 서서히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주민분포가 변화한데다 평창동 등 중산층 밀집지역은 야당, 서민층이 모여 사는 창신동 일대는 여당 지지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게 각 후보측 분석. 다른 곳과는 달리 후보들의 재산 납세 병역 등의 신상정보는 별 관심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
네 번째 출마한 정후보는 ‘이젠 정인봉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동정심 유발전략을 채택. 정후보측은 “돌아다닐수록 표가 모이는 것을 체감한다”고 자신하면서도 최근 “정후보가 80년 김대중(金大中)내란음모사건 때 김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유인물이 나돌아 긴장. DJ내란사건 당시 군법무관으로 수사에 참여하긴 했지만 김대통령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게 정후보측 설명.
‘큰 정치’ 꿈을 편다며 고토회복을 노리는 이후보는 새벽5시 기도회를 시작으로 온종일 표밭을 훑으며 “15대 낙선 후 4년간 와신상담하며 확 바뀌었다”고 강조. ‘힘과 경륜있는 정치인’임을 내세우는 이후보는 “김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종찬이 옆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호남출신 등 친DJ 유권자들에게 접근. 자민련 김경환(金敬桓), 민국당 여익구(呂益九), 한국신당 방세현(方世鉉), 공화당 강종원(姜鐘遠), 민주노동당 양연수(梁連洙), 청년진보당 최혁(崔赫), 무소속 서경원(徐敬元)후보도 표밭갈이에 분주.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부산 북-강서을▼
반여(反與)정서가 강한 부산에서 북-강서을 선거구는 여야 공방이 가장 뜨거운 곳.
각종 여론조사에서 만만치 않은 세를 보여온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가 ‘사지(死地)에서의 생환’을 장담하며 강서지역의 그린벨트 해제 공약 등과 함께 내세우는 ‘힘있는 일꾼론’이 주민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것. 또 노후보가 적극 설파하는 차기주자론도 상승추세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게 노후보측주장. 그러나 노후보는 95년 부산시장 선거 당시 막판에 뒤집기당한 아픔을 떠올리며 지역정서의 추이에 촉각.
한나라당 허태열(許泰烈)후보는 ‘한나라당 바람’이 결정적 변수라며 인물면에서도 충북지사 등 정통 내무관료로 잔뼈가 굵은 자신이 노후보에 비해 결코 뒤질 게 없다고 주장. 허후보는 노후보를 ‘말만 앞세우는 후보’라고 폄훼하며 자신은 ‘실제 일해온 후보’임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
다만 병역 신상정보 공개 이후 다른 후보진영이 물고늘어지는 허후보의 병역면제 공방이 어떤 식으로 유권자들에게 비칠지가 관심.
노후보와 허후보의 틈바구니에서 민국당 문정수(文正秀)후보가 추격전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상황. 문후보는 부산시장 취임 전 북구에서 3선을 한데다 민자당 사무총장과 초대 민선 부산시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이 막판 추격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 특히 선거법 개정 때 과거 문후보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화명 금곡동이 새로 지역구에 편입되는 등 조직복원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는 중이라고 문후보측은 주장. 여기에 자민련 김문자(金文子)후보가 ‘홍일점’으로 나섰으며 한국신당 윤무헌(尹茂憲)후보도 출사표.
<부산〓정연욱·권기태기자> jyw11@donga.com
▼인천 부평갑▼
각종 판세분석 결과 한나라당 조진형(趙鎭衡)후보와 민주당 박상규(朴尙奎)후보가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 이번 총선 후보 중 재산순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재력가인 조후보는 3선고지를 향해 매진하고 있고 전국구 의원인 박후보는 일찌감치 지구당위원장을 맡아 지역구를 다져온 상황.
이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지난해 대우그룹의 몰락 후 갈길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대우자동차의 처리 문제. 총 19만8000여명의 유권자 중 30% 정도인 6만여명의 유권자가 어떤 식으로든 대우자동차와 연계돼 생계를 꾸리고 있어 이 문제는 당락을 결정하는 파괴력을 지닌 변수.
현재 노조는 정부가 추진 중인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 반대와 공기업화를 주장하며 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 선거 판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우 노조의 입김 때문에 이곳에 출마한 네 후보 모두 해외매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
조후보측은 “대우자동차의 판매망에만 관심이 있는 외국기업에 회사가 매각될 경우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매각이 아닌 공기업화”를 주장. 반면 박후보측은 “있는 공기업도 민영화하는데 대우자동차의 공기업화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며 ‘대우차 사기운동’ ‘주식갖기운동’등을 통해 대우자동차를 인천의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 이에 대해 자민련 이용기(李龍起)후보는 “나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면 대우자동차가 해외에 매각될 경우 국회의사당에서 할복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고 민국당 조창용(趙昌容)후보는 “공기업화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국민주 모금방식으로 대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
<인천〓윤영찬·최호원기자> yyc11@donga.com
▼경기 부천원미을▼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후보와 민주당 배기선(裵基善)후보 간의 15대 총선에 이은 재격돌이 어떻게 끝날지 관심.
이 지역은 중동지구 등 아파트단지가 대부분이며 연령별로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층이 주류. 아파트단지의 특성상 선거운동이 잘 먹혀들지 않는 지역이고 아직까지 뚜렷한 정책 쟁점도 없는 상황이지만 후보간의 신경전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치열.
배후보측은 천주교 총선연대에서 이후보의 공안검사 전력을 문제삼은 데 대해 이후보가 ‘폭언’을 했다며 관련 언론보도 내용을 복사해 놓고 구전 홍보에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 이에 대해 이후보측은 “우리를 죽이려는 음모”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내심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표정.
재산 및 납세액 공개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 이후보측은 배후보의 재산세 납세액이 없다는 점을 들어 “부천에 집 하나 없는 사람이 어떻게 부천에서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느냐”고 집중 공격.
이에 대해 배후보측은 “이후보의 지난해 재산 증가액이 3억원이 넘는데 국회의원을 하면서 어떻게 그런 거액을 벌 수 있느냐”고 맞받아 치고 있는 상황.
이런 공방의 과정에서 지난달 31일에는 양측 운동원간에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선거전의 양상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실정.
자민련 김선관(金善寬)후보는 충청권출신 유권자들에게 기대. 김후보측은 “원미을 지역은 충청권 출신이 35%가 넘기 때문에 이 표만 다지면 당선은 무난하다”고 주장. 그러나 김후보 측은 그동안 이 지역에 자민련위원장이 부재상태였기 때문에 새삼 조직을 모으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전언.
<부천〓윤승모·김명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