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역풍' 거세진다…한나라-시민단체 비난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1분


‘제4신당’이 가시화되자 ‘역풍(逆風)’도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물론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개혁시민연대는 23일 논평을 통해 “이번에 출현하는 정당은 영남권을 연고로 한 지역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도 “한나라당 낙천자들에 의한 영남신당은 지역주의를 획책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신당추진세력들에게서 현재까지 이렇다할 ‘명분’이나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

우선 신당에는 ‘민족화합, 지역화합’을 주창해 온 이수성(李壽成)전평통수석부의장, 개혁정당을 표방해 온 장기표(張琪杓)씨, 김윤환(金潤煥) 신상우(辛相佑)의원 등 한나라당 낙천인사, 5공세력 등 이질적 세력들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 ‘달리 오갈 데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드는 임시 둥지’라는 한나라당측의 비아냥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재 신당추진세력이 표방하는 가장 핵심적인 창당명분은 ‘반 DJ, 반 이회창(李會昌)’ 등 ‘반대 정서(情緖)’에 국한돼 있다. 다시 말해 국정비전이나 주체적인 이념지향은 없는 상태다. 물론 이들도 ‘민족화합의 새 정치’ ‘정치개혁’ 등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당장 한나라당 주류측으로부터 “개혁의 대상들이 정치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반격을 받는 상황이다. 낙천자 중 상당수가 시민단체의 공천반대인사 명단에 포함된 ‘하자있는 사람’들이라는 점도 ‘화합과 개혁’에 비중을 두기 어려운 이유.

신당추진세력 내부적으로도 총선이라는 ‘전쟁’을 눈앞에 두고 급조된 데서 오는 한계와 불협화음이 벌써부터 표출되는 상황이다. 이수성 장기표씨 등은 신당인사들 중 ‘기득권세력’은 ‘과거’에 대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질적 세력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이수성씨는 5공 주체인 정호용(鄭鎬溶)전의원에 대해서는 오히려 신당 합류를 적극 지지함으로써 내부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형편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