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진들 '명퇴 도미노'…권노갑씨 "불출마" 이후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오동잎이 한장도 아니고 벌써 네장이나 떨어졌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민주당 권노갑(權魯甲)고문이 8일 총선 불출마선언을 한 직후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가을은 오래전에 와 있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 DJ 물갈이 구상 구체화 ▼

김대통령의 호남 및 수도권 ‘물갈이’ 구상은 지난 연말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측근 3명이 총선 출마포기를 결정했을 때부터 이미 가다듬어져 왔다는 얘기다.

실제 김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물갈이에 대한 김대통령의 결심을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라고 전했다. 여권 수뇌부에서 “김대통령의 측근 3, 4명 정도가 공천받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튼 권고문의 불출마선언을 계기로 여권내 물갈이 작업은 한층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여권 안팎에서는 김대통령의 지시로 물갈이 대상에 오른 중진들의 ‘퇴진유도작업’을 권고문,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한화갑(韓和甲)전사무총장 등이 분담해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 호남지역 절반 교체 유력 ▼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9일 “‘명퇴’를 일찍 받아들일수록 보상도 커질 것”이라며 “객관적 기준에 따라 물갈이 대상에 포함된 인물이 명퇴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른바 ‘명퇴권고’ 대상으로는 수도권과 호남지역의 K, S, C 의원 등 3, 4명이 거론 중. 이들에 대한 설득작업은 금명간 시작될 것 같다. 특히 호남지역의 경우는 일부 동교동계 의원을 포함, 37개 지역구 중 절반가량이 교체될 것이 거의 확실시돼 전례없는 ‘물갈이 태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측근이라 하더라도 여론조사 및 현지실사 결과로 교체여론이 높거나 경쟁자보다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예외없이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나라에도 불똥튈듯 ▼

특히 여권핵심부는 대폭적인 ‘호남물갈이’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한 뒤 수도권으로 바람을 몰고온다는 방침아래 전격적인 호남공천자 발표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여권의 중진 및 ‘텃밭’ 물갈이 움직임은 야당에도 연쇄반응을 일으킬 조짐이다.

한나라당도 현재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난 P, K의원 등 3, 4명과 대구 경북지역의 다른 P, K의원 등 4, 5명의 교체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지닌 당장악력의 한계 등을 감안할 때 밀어붙이기식 물갈이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동관기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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