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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21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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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2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선거운동의 범위를 확정한 선거법 58조의 개정의견을 확정했다.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은 ‘단순한 의사 개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선관위는 그러나 이보다 앞서 17일 전체회의에서는 “현행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은 입후보자의 당락(當落)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으로 봐야 한다”며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공표가 위법이라고 했었다.
불과 사흘만에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측은 “17일 회의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법조문의 해석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고, 20일 회의는 이 조항의 개정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어서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동안 선관위의 대응과정을 보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선관위가 17일 위법 결정을 내리자 경실련은 즉각 ‘시민불복종운동’을 선언했고 이어 19일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까지도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법률로 규제할 수 없다”며 시민단체 편을 들었다. 선관위가 입장을 바꾼 것은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흐르기 시작하던 19일이었다.
선관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선관위가 시류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영향을 받아 입장을 바꿨다고 믿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공명선거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선관위가 이처럼 여론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휩쓸린다면 공명선거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