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8월까지 논의중단]「수면밑 내각제」8월후엔?

입력 1999-04-09 20:20수정 2009-09-2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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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여권 수뇌부의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 중단’ 합의로 공동정권 두 진영 사이의 내각제 공방은 완전히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날 합의의 표면적 의미는 연내 개헌을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 봉합에 있다.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를 계기로 우선 양측 공조를 저해하는 근본 원인 수습부터 하자는 취지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직접 이를 발표해 극적 효과를 더했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당사로 돌아와 “내각제 홍보 활동을 일절 중단한다”고 선언했고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역시 합의 사항에 따를 뜻을 밝혀 일단 자민련의 내각제 공세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같은 수뇌부의 합의가 자민련의 충청권 의원들에게도 먹혀들 것인지 여부. 자민련 내각제 강경파 의원들은 그동안 “늦어도 올 상반기 중에는 내각제 논의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며 3월부터 사실상 내각제 공론화에 들어간 상태다.

실제로 자민련이 8월까지 내각제 얘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으면 연내 개헌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내각제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30% 안팎에 불과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벌여야 개헌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는데, 논의 자체를 중단하면 자연히 내각제 열기가 수그러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각제 교주’격인 김총리가 침묵을 지시한 마당에 ‘평신도’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김총리는 다음주초 자민련 의원들과 만나서 대면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그렇다면 김총리의 생각은 무엇일까. 정말로 연내 개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일까.

자민련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한다.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김총리의 생각은 한마디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9월 이후 내각제 논의를 해도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내각제 개헌에 대해선 이미 97년 합의 때 구체적인 절차 등을 약속, 담판이고 뭐고 필요없이 그저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결정만 남았다는 게 김총리의 입장이라는 것.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총리가 이날 개헌 논의 중단에 전격 합의한 것은 일종의 전략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을 피하고 지지부진한 정치개혁의 물꼬를 터 장기적으로 입지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반대 의사가 분명한 마당에 지금 당장 내각제 공세를 강화해 봐야 크게 득될 게 없다는 계산도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날 합의를 개헌 시기를 연기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비(非)충청권 의원들 사이에는 “역시 김총리는 뒷심이 약하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한영수(韓英洙)부총재는 “연내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나 보다 김총리가 더 잘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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