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훈/민방비리 「엉거주춤」 수사

  • 입력 1999년 4월 1일 19시 32분


광주민방사업자 선정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가 엉거주춤해 보인다. 대검 중수부가 맡은 수사치고는 그 과정이 허술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검찰이 미국에 체류 중인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 사장을 지난달 극비리에 소환조사한 뒤 돌려 보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씨는 김현철(金賢哲)씨의 핵심 측근으로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는 인물. 그런데도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돌려 보낸 뒤 재소환하겠다는 것은 수사 관행에도 맞지 않다.

대신증권측은 민방 신청에 앞서 실세였던 C씨와 전병민(田炳旼)씨 중 누구에게 로비를 할 것인지를 고심하다가 현철씨와의 친분을 고려해 전씨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들은 사건의 초점이 현철씨에게로 모아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서인지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광주민방사업자 선정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한 것은 1월.

검찰은 경찰청 조사과에서 사건을 넘겨 받아 두 달 가량 수사했지만 경찰의 조사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계좌추적 결과가 나와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검찰은 말하지만 실제로는 해봐야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미리 선을 긋기도 했다.

검찰에게 원죄(原罪)처럼 따라 다니는 정치검찰 시비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보다 수사 외적인 고려를 앞세웠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약 3개월 후면 문패를 내릴 대검 중수부가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 될 민방비리수사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두고 볼 일이다.

최영훈<사회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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