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는 방탄국회]다섯번째 일그러지는 의사당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38분


10일부터 시작되는 제202회 임시국회도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을 위한 ‘방탄국회’임이 분명하다. 서의원이 국회의원의 회기중 불체포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9일 제201회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다음 제202회 임시국회가 시작될 수 있도록 소집일자를 잡은 점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제201회 임시국회에서 서의원 체포동의안을 표결처리키로 해놓고도 미룬 점 등도 ‘방탄국회’로 의심받을 대목이다.

작년 9월 제198회 정기국회를 제외하곤 제197회―제201회 임시국회도 모두 방탄국회라는 국민적 의혹을 받았다.

다만 이번의 ‘방탄국회’는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시도하는 국회가 아니라 여당의 ‘방조’ 또는 ‘묵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지난 몇차례의 방탄국회와 다르다면 다른 모습이다.

사실 이젠 방탄국회의 책임이 여야 그 어느 한쪽에 있다고 몰아붙일 수 없을 만큼 국회는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회의는 서의원을 ‘국사범(國事犯)’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후보의 대선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국세청을 동원해 국민의 세금을 끌어당긴 세풍(稅風)사건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국사범에게 정치적 배려란 있을 수 없다는 게 국민회의나 자민련의 한결같은 주장이지만 여당이 그동안 서의원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가 과연 ‘국사범’에 걸맞은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경남대 심지연(沈之淵)교수는 “서의원을 국기(國基)를 뒤흔든 국사범이라고 했지만 여당이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해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했는지 의문”이라며 “계속 야당에 끌려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9일 울산시지부 기자간담회에서 “여권은 우리가 서의원을 건져내기 위해 애쓴다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오히려 정면으로 토의해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역공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을 거꾸로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총재회담을 앞둔 상황까지 감안하면 여야가 ‘짜고 치는 방탄국회’에 공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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