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총재『대통령과 내각제 얘기 전혀 안했다』

  • 입력 1999년 2월 5일 19시 23분


자민련의 내각제논의시한(25일)설정후 5일 처음 만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는 내각제관련 얘기를 했을까 안했을까.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두 사람이 △남북대화 지원 △쓰레기소각장 건설 △대구 섬유사업 육성 등을 논의했다면서 “내각제 문제는 논의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총재가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들고 갔지만 내각제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총재도 내각제에 대해 말이 없었고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총재 본인도 내각제 논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총재는 이날 회동후 국회에서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내각제의 ‘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재차 “개헌 추진 일정을 대통령께 말했느냐”고 묻자 “내각제 얘기는 안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박총재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내각제 논의는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두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지 않느냐”면서 내각제 언급이 없었던 것을 당연시했다. 박총재가 97년 내각제 합의 당사자도 아닌데 굳이 왜 골치아픈 문제에 끼어들겠느냐는 것이었다.

반면 L부총재는 “박총재가 2일 총재단회의에서 개헌 추진일정 등을 김대통령과 김총리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박총재가 어떤식으로든 당의 입장을 전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이미 언론에 25일까지 연내 개헌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키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박총재가 김대통령에게 당의 의견을 전했다고 해도 청와대와 자민련 사이의 내각제 갈등이 25일까지 매듭지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대통령이 그때까지 연내 개헌 불가 입장을 바꿀 여지가 없는데다 그럴 경우 자민련도 후속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김총리가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12일)한 뒤에야 내각제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전망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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