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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구칼럼]특검제, 한번 해보자

입력 1999-02-05 19:10업데이트 2009-09-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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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없던 검찰파동이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더니 이번에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의 92년 대선자금 거액제공 사실 시인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우리도 제대로 된 검찰이 있어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법의 잣대로 성역없이 대형비리를 척결해 왔다면 이런 혼란이 왜 일겠는가.

▼정치풍토와 검찰 숙명

과거 자유당시절부터 우리 검찰은 권력형 비리나 정치적 의혹사건을 한번도 속시원히 파헤친 적이 없다. ‘권력의 시녀’는 국민의 정부라는 오늘에도 원죄(原罪)처럼 따라다니는 우리 검찰의 별칭이다. 급기야 검찰 내부에서조차 스스로 ‘시녀’임을 자책하고 나선 마당이다. 이런 판국에 비리정치인인들, 공무원 떡값인들 무슨 면목으로 당당하게 불러 조사할 수 있을 것인가.

법치가 생명인 민주국가에서 국가소추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바로 서지 못하면 법과 질서는 물어보나마나다. 한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 공정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불신받는 상황에서는 법치주의도 국가정의도 그 어떤 개혁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빨리 ‘시녀의 옷’을 벗어야 한다. 스스로 벗을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가 그것을 도와야 한다.

이번 파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검찰 분위기에 상당한 질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에서 소득은 있다. 외압의 자제도 기대되지만 젊은 검사들의 결의로 보아 정치적 중립을 다지는 큰 계기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적 정치풍토에서 검찰은 숙명적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게 돼 있다.

정치권력이 놓아만 준다면 문제는 쉽다. 그러나 일단 정권을 잡으면 요긴한 통치수단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게 권력의 속성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놔둔 채 ‘뼈를 깎는’ 검찰의 자세전환만 아무리 촉구해본들 공허하다. 내친김에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개혁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단순한 성형이 아닌, 대수술이 요구되는 때다. 이것은 국민적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먼저 인사제도 개선을

먼저 인사제도의 개선이다. 검찰조직이 윗선의 눈치를 보며 외압에 흔들리는 것은 인사제도의 권위주의적 전근대성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혁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나 선출제, 검찰내부 자문기구인 검찰인사위원회에 민간인도 참여시켜 독립적인 의결기구로 바꾸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안들은 충분히 나와 있다.

어느 경우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절차를 거치는 인사제도여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검찰총장을 한번 지낸 사람은 일절 공직에 재취임할 수 없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 총장자리에서 물러나면 법무부장관이나 국가정보원장 국회의원을 하려 하고, 그러니 이것저것 눈치를 안볼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음은 검찰권행사의 독립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차제에 특별검사제를 한번 도입해 보는 것이다. 과거 야당시절 목메어 특검제를 외치던 국민회의가 정권을 잡자 하루아침에 불가론으로 돌아서고 여당 때 그토록 반대하던 한나라당 또한 입장이 바뀌면서 불가피론을 들먹여 헷갈리지만 이 문제는 정략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특검제는 물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특별검사라고 혼자서 수사할 수는 없는 이상 스스로 불신하는 기존 검찰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 특별검사가 스타를 꿈꾸며 인기를 사냥하거나 편파적으로 수사전권을 휘두를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용도 엄청나게 든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년간 18건의 특검수사에서 건당 평균 7백만달러, 이란―콘트라 사건은 7년간 1억달러(약 1천1백70억원)를 썼다. 미의회 특검제연구위는 3년간의 검토 끝에 최근 실효성을 문제삼아 특검제 폐기를 권고하는 최종보고서를 내놓았다.

▼특검제 失보다 得많아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의 검찰풍토는 하나의 대안이자 고육책으로 특검제를 손짓하고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현실에 맞는 특검제를 도입할 수만 있다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본다. 이 불신의 시대에 무엇보다 믿으면서 수사를 맡길 수 있고 또 많은 사람이 일단 수사결과를 믿어주게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 여당의원의 제의처럼 5년 또는 7년간 한시법으로 도입할 수도 있겠다. 한번 해보는 것이다.

남중구(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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