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세풍-총풍」발언이후]與 『영수회담 어떻게…』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17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세풍(稅風)사과’를 계기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중(11일) 이전 여야영수회담 성사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의 정황상 그 가능성은 반반으로 외형상 공은 여권으로 넘어온 상태다.

그러나 내용상 막판 걸림돌은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여권이 이총재가 총풍사건을 ‘고문조작’이라고 규정한데 대해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그동안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간의 막후접촉 등을 통해 영수회담에 따른 3개항의 조건에 합의하고 이를 문서로까지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이총재가 세풍사건과 관련, 결과적으로 국세청모금자금이 한나라당에 유입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총풍사건은 검찰수사에 일임한다 △정치인 사정에 대해서는 영수회담에서 두사람이 하고 싶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한다는 게 3개항의 내용이다.

여야는 이를 토대로 김대통령의 중국방문 이전인 9일경 영수회담을 열기로 거의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총재가 이같은 합의와 달리 총풍사건을 ‘고문조작’이라고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일이 꼬였다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여권관계자들은 총풍사건에 대한 견해차이가 뚜렷한 상태에서 두사람이 만나봤자 입씨름밖에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영수회담시기가 중국방문 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권이 영수회담에 소극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분명하다. 국민회의의 고위당직자는 “국민정서나 현안이 산적한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여야가 빠른 시일 내에 영수회담을 통해 장기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총풍사건에 대한 이총재의 ‘고문조작’규정을 막후접촉에서 합의한 ‘지켜보자’는 쪽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가 핵심관건으로 남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여전히 ‘입장불변’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고문조작’주장을 끝내 굽히지 않는다면 영수회담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주말협상을 통해 묘안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총재가 직접 말을 거둬들이기가 부담된다면 대변인논평 등 다른 형식을 동원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그것이다.

특히 성사단계에 이르렀던 영수회담의 무산이 여야 모두에 부담이 된다는 점은 극적 막판타결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