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에 관여한다는 인상을 꺼려 정치권 사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온 김대통령이 구체적 언급을 한 것은 이미 정치권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히 진전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도 정치인 비리혐의를 상당히 듣고 있다”는 김대통령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대통령은 특히 정치인 비리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신속한 진상규명을 검찰에 엄중 지시했다고 밝혀 사정의 강도와 속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켰다. 따라서 검찰의 사정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적당히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은 우선 비리가 있으면 있는 대로 밝혀 처벌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의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 사실까지 공개하겠다는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이라고 봐주지 않는다’는 말과 ‘증거수사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은 표적수사 또는 보복수사 논란 등 정치논리에 의해 정치권 사정의 취지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검찰에 대한 당부로 이해된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언급과 함께 홍인길(洪仁吉)전의원 소환을 신호탄으로 ‘태풍의 눈’인 청구비리사건에 관련된 정치인 수사가 본격화돼 사정이 급류를 타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청구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튈 경우 상당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고 구여권은 물론 구야권, 즉 현여권 인사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해 왔다. 이는 “여권 실세에도 돈을 전달했다”는 홍전의원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여기에다 청구의 ‘후폭풍’에 해당하는 기아비리와 관련해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에 대한 본격수사가 시작되면 비자금의 행방에 따라 상당수 정치인이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구여권의 또다른 실세 K씨 등 3명의 ‘꼬리’가 잡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