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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3일 2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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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는 박씨에 대한 조사결과 그가 ‘이중간첩’인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안기부와 북한 양쪽에서 이중으로 공작금을 받고 양쪽의 정보를 서로 전달해 주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안기부의 내부정보와 정치권의 동향 등을 북한에 전달해 준 사실을 조사과정에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기부보다 북한에서 더 많은 공작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안기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박씨가 대선 전에 국민회의 관계자들에게 접근한 것은 안기부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안기부공작관의 지시에 따라 ‘안기부 서기관’이라고 신분을 사칭하면서 국민회의 관계자들과 만나 대북 접촉 유도공작을 한 사실을 자백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정동영(鄭東泳)의원 등과 만나 “김대중(金大中)후보를 사모한다. 북풍공작을 막기 위해 정보를 제공해 주겠다”고 접근한 뒤 “중국에 함께 가서 북한관계자들을 만나자”는 제의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씨는 사업가를 위장해 북한을 오가면서 남북한 양측의 정치공작에 참여한 이중첩자라는 게 안기부 자체조사의 결론이다.
그러나 흑금성공작을 지휘했던 전안기부 고위관계자는 중간수사 결과와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우선 흑금성은 이중간첩이 아니라 ‘위장간첩’이라고 주장했다.
안기부가 북한 내부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95년부터 박씨를 ‘흑금성’이라는 공작명에 따라 대북공작에 투입했으나 북한은 박씨를 자신들의 간첩으로 오인하고 각종 지령을 내렸다는 것.
대선전 야당인사들과의 접촉도 북풍조작을 위한 안기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북한의 공작명령을 추적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북한이 박씨에게 국민회의 관계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접촉토록 지령을 내림에 따라 대공혐의점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야당인사들에게 접근토록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정동영 천용택(千容宅)의원 등과 만나 북한과 ‘끈’이 닿는다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
정의원 등은 그런데도 신고하지 않고 박씨에게 ‘북한에 가면 북풍을 일으키지 않도록 부탁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이 북한과 내통할 가능성에 대비, 흑금성을 통해 계속 추적한 보고서의 일부가 ‘이대성파일’로 공개됐다는 것이 전안기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김차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