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조작]한나라당 『우리 지금 떨고 있나?』

  • 입력 1998년 3월 5일 19시 57분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북풍(北風)관련 내부문서 및 검찰 수사결과 등이 5일 언론에 한꺼번에 보도되자 아연 긴장하고 있다. 언론보도와 검찰수사가 일단은 안기부 내부에 맞춰져 있지만 결국은 칼끝이 한나라당쪽으로 돌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종찬 신임안기부장이 4일 취임 일성으로 북풍 규명 및 구여권의 북풍 조작 개연성을 제시하자마자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모종의 프로그램’에 따른 수순이라는 시각이다.

한나라당의 고위관계자는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대선 전부터 친DJ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데다 안기부장과 법무부장관에 모두 정치인출신 측근을 배치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사정과 정보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이라고 분개했다.

김대통령이 대선때 맞수였던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에게 상처를 입히고 궁극적으로는 여소야대(與小野大)정국 타파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선 당시 국민회의측에서 북풍조작 관련자로 지목했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일련의 언론보도는 안기부내 영남인맥을 제거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라며 북풍 시나리오를 일축했다. 그러나 검사출신의 초선의원은 “김대통령이 시키지 않더라도 사정당국은 북풍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밖으로 나서기 어려운 안기부보다는 검찰이 총대를 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사정으로 한나라당은 검찰총장 탄핵소추라는 선제구를 던진 뒤 검찰의 반격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의원 대부분이 검찰의 지인 등으로부터 “탄핵발의에 서명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내 이름은 빼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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