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심사된 금융개혁법안이 29일 정식 의결을 앞두고 또다시 암초에 걸렸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가 28일 국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의 금융감독기구설치법 심사결과에 대해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을 청산하자는 입법취지에 역행한다며 유감을 표시했기 때문.
소위는 3당 정책위의장이 금융감독위를 총리실산하에 두기로 한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이를 재정경제원 산하에 두기로 지난 26일 여야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리고 29일 오전 소위에서 법안을 정식처리한 뒤 재경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금감위설치법을 포함한 19개 금융개혁 및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따라서 29일 재경위의 금감위설치법안 처리과정에서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 둬야 한다』는 김당선자의 뜻이 관철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김당선자의 의사를 끝내 반영해주지 않을 경우 금감위법안의 연내처리여부는 불투명해진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나머지 금융개혁법안들은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금감위법 처리과정은 김당선자 입장에서 볼 때 거대야당과 맞선 소수여당의 국정주도력과 정치력을 확인해보는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재경위와 소위의 의석구도는 김당선자가 한나라당 협조없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가 매우 어렵게 돼있다.
소위위원 8명중 한나라당이 5명,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3명으로 절대 열세다. 재경위 전체도 한나라당 17명, 국민회의 자민련 12명, 국민신당 1명으로 마찬가지다. 김당선자가 아무리 소속의원에게 지시해도 한나라당이 버티면 속수무책이다.
실제 한나라당 소위위원인 김재천(金在千)의원 등은 『금융기관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재경원과 금융기관의 경영관리 인허가권을 보유한 금감위를 따로 두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하는 등 김당선자의 수정요구에 부정적이다.
여당의원들도 김당선자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은 하면서도 금감위의 관할권에 관한 한 심정적으로 『금감위를 총리실로 옮겨야 한다는 명쾌한 논리를 찾기 어렵다』며 야당의원들에 동조하고 있다.
이처럼 금감위 관할권에 대해 재경위의 여야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부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도 많다.
다만 정치권이 IMF극복을 위해 김당선자를 중심으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이어서 한나라당이 대승적 자세로 전환, 김당선자의 손을 잡아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