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마침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이총재의 「10.22」회견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로 보인다. 다시말해 이총재는 현재의 열세를 만회하고 판도를 뒤집기 위해서는 일단 대선국면을 「난전(亂戰)」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총재는 아들들의 병역파문 등으로 비세(非勢)에 놓이자 자신의 주무기는 「3김과의 차별화」, 그 중에서도 「돈문제」를 가장 자신있는 대목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바로 김대통령과 관련이 되기 때문에 섣불리 꺼내지 못하다가 오도가도 못하는 벼랑끝 상황에 이르자 「전방위 공격」을 결행한 것 같다.
이총재는 스스로 이를 「성전(聖戰)」이라고 규정했다. 측근들은 이날 회견을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盧泰愚)민정당후보의 「6.29선언」에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총재의 이번 승부수가 「6.29선언」처럼 국면을 일거에 반전시키는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당안팎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고독한 전면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총재는 우선 김대통령을 포함, 당내 민주계 등 비주류측에 최후통첩성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당내 「혈전(血戰)」이 불가피하게 됐다. 비교적 온건한 민주계 인사들조차 『상황 끝이다』 『택일만 남았다』며 이총재와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아무튼 신한국당은 이총재의 이날 회견으로 어떤 형태로든 붕괴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 같다. 또 신한국당 분열상의 귀결에 따라 대선 국면도 새롭게 큰 틀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총재가 반대파를 누르고 당을 명실상부한 「이회창당(黨)」으로 탈바꿈시키면 비주류 민주계의 대거 이탈로 인한 분당사태가 올 것이 분명하다. 반면 청와대와 비주류 민주계가 이총재 축출에 성공하면 여권의 새 후보가 탄생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신한국당내의 힘겨루기는 「후보교체론」이 아니라 「상호축출전」 양상으로 뒤바뀐 상황이다.
당내 민정계의 거취도 변수다. 민정계는 세의 유불리에 따라 어느 한 쪽에 힘을 보태줄 수도 있고 독자적인 행보를 모색할 것으로도 보인다. 현재 민정계는 이총재쪽에 보다 가까운 편이다. 또 여권의 균열은 정파간 연대 움직임을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총재의 최종적인 목표는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의 양자대결구도다. 이의 성패는 사활을 건 이총재의 이번 승부수가 국민적인 공감을 얻어내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으나 아직은 미지수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