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긴급기자회견을 마친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곧바로 충남 목천의 독립기념관을 찾아 헌화하는 등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총재는 이날 오전 9시47분경 이한동(李漢東)대표 서정화(徐廷和)전당대회의장 이해구(李海龜)정책위의장 신경식(辛卿植)총재비서실장 등과 함께 기자실로 내려와 약 9분에 걸쳐 상기된 표정으로 준비된 문안을 읽어내려갔다.
이총재는 발표문을 읽은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 없이 곧바로 당사를 떠났고 회견장에 남아있던 이총재 지지자들은 『이회창 파이팅』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이총재의 발표내용은 철벽보안에 부쳐져 문안작성에 관여한 몇몇 측근 외에는 주요당직자들도 발표 직전까지 전혀 내용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이대표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 등도 발표 이후 『발표 직전에 유인물을 건네받고서야 내용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민주계중진인 김정수(金正秀)총재정치자문특보는 이총재의 기자회견에 배석했다가 이총재가 「92년 대선자금 조사」 「김대통령 탈당 요청」 등을 언급할 때쯤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총재의 기자회견 직전에 열린 당무회의에서는 주류측과 비주류측간에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주류측인 서상목(徐相穆)의원은 『이제 집권여당이 아니라 다수당으로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며 이총재를 옹호했고 이어 유한열(柳漢烈)전의원이 『이제 김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서의원의 발언에 동조했다.
그러자 비주류인 서청원(徐淸源)의원이 『이번 비자금공방은 이총재의 전략적인 판단 잘못이며 전적으로 이총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신상우(辛相佑)의원도 『이총재가 감사원장 국무총리에 이어 우리 당의 후보와 총재가 되기까지 김대통령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총재가 지지도 만회를 위한 수단으로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발언했다.
○…21일 밤 측근회의를 주재했던 이총재는 회의에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이 듣고만 있다가 회의가 끝난 뒤 시내 모처에서 권익현(權翊鉉) 이홍구(李洪九)고문 등 서울에 있던 고문들과 만나 의중을 타진한 뒤 윤원중(尹源重)총재비서실부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하시오(기자회견문을 작성하시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윤부실장은 기자회견문 초안작업을 하던 강재섭(姜在涉)의원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기자회견 문안을 완성, 이총재의 추인을 받은 뒤 밤 12시부터 당사 총재실에서 프린트 작업에 들어갔다.
〈박제균·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