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ＤＪ비자금說 ２차폭로／정치권반응］與 주－비주류『불안』

10일 신한국당이 김대중총재에게 돈을 준 기업명단까지 발표하는 강공으로 나오자 청와대와 각 정당은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국의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비자금파문의 불똥 경제계로 튀자 당혹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당에서 하는 일을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데 걱정』이라고 간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한국당으로서는 한번 빼든 칼인 만큼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이겠지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대응책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신한국당 이회창총재는 이날 전주에서 열린 전주이씨 종중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났으나 비자금 폭로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받지 못했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어 기자들이 「이 정도면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총재가 검찰 수사를 촉구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으나 『두고 봅시다』라는 말만 했다. ○…신한국당내 반응은 주류와 비주류에 따라 다소 미묘한 차이가 있었으나 대기업이 연관돼 있어서인지 우려를 하는 쪽이 적지 않았다. 김윤환(金潤煥)고문은 기업인관련 폭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김덕룡(金德龍)의원측은 『과거의 원죄를 씻고 선진정치로 가야 하는데 너무 충격적인 요법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당내 비주류세력들은 훨씬 비판적이어서 서석재(徐錫宰)의원측은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다 보니 균형감각을 잃고 무리수를 두는 것같다』고 우려했다. 서청원(徐淸源)의원측도 『대기업이 신한국당과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집권당이 경제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자민련도 이날 심양섭(沈良燮)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폭로자료의 출처가 어딘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여(對與)공세에 나섰다. 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도 『신한국당이 비자금을 문제삼으려면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과 박찬종(朴燦鍾)고문이 제기한 이회창총재의 경선자금 사용명세, 신한국당의 대선준비자금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신한국당이 잠시 호흡조절을 하는 것 같더니 그대로 밀어 붙이자는 강공(强攻)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기범(白基範)총괄특보는 『양김의 대회전이 시작됐다』고 분석하면서 『그러나 국민들은 정치권에 환멸을 느껴 조순(趙淳)총재의 지지기반이 넓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진영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신한국당은 자료입수경위와 진위여부를, 국민회의에 대해서는 의혹부분의 진실여부를 국민앞에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또 검찰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황소웅(黃昭雄)대변인은 『국가경제와 민생을 외면한 채 정치싸움만 일삼는 기존 정당은 퇴장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동관·박제균·이원재·이철희·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