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바라보는 이대표쪽의 시각은 한마디로 「불안하다」는 말로 요약된다. 「대표 중심의 당 단합」을 외치며 손을 들어주다가도 다가서려면 왠지 「찬바람」이 느껴진다는 게 이대표 측근들의 얘기다.
○…전직 대통령 사면 파동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하순봉(河舜鳳)전대표비서실장은 최근 사석에서 『대통령후보가 됐으면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라며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이대표의 한 측근도 『대통령후보로서 지지도를 높이려면 때로는 청와대의 영역을 다소 침범할 수도 있는데 청와대는 너무 예민하게 대응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면파동은 물론 총재직 조기이양, 기아해법 등에서 도와주기는커녕 발목을 잡았다는 불만이 이대표 측근들 사이에 확산돼 있다.
○…그러나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과 강재섭(姜在涉)정치특보의 이른바 「강―강체제」가 구축되면서 청와대와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게 이대표측의 생각이다.
특히 「강―강라인」의 본격 가동에 따라 청와대쪽 김광일(金光一)정치특보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 등과의 물밑조율도 활발해졌고 「총재직 이달말 이양」도 이 「핫라인」의 가동으로 나온 작품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이대표측의 불안감을 말끔히 씻을 정도는 아니다. 여당 대통령후보가 쥐고 있는 최대의 카드는 어쩔 수 없이 대통령의 고유영역과 연결된다는 게 이대표측 우려다.
그러나 「역사 바로세우기」를 당 정강정책에서 삭제하려다 논란을 빚은데서도 드러났듯이 청와대쪽은 여전히 「대통령의 고유영역」 침해에 대해서 반응이 민감하다.
물론 이대표가 총재직을 넘겨받게 되면 이같은 불안감은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명예총재로 남는다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추석이 지나도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여권내에서 「후보교체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경우 총재직을 벗어던진 김대통령이 「자유로운」 행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이대표 진영 한구석에 여전히 남아 있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