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심야회동 파장]李대표 黨운영 큰부담

  • 입력 1997년 9월 3일 07시 46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추석전 석방」 문제는 2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 청와대 심야회동으로 일단 매듭이 지어졌다. 이날 회동 결과가 여권내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이대표의 회동 요청을 김대통령이 받아들임으로써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평가다. 즉 회동 내용보다는 회동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노씨의 추석전 석방」은 이대표가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해 던진 「회심의 카드」라는 점에서 이날 결론은 당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이대표측이 구상해온 김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카드가 불발(不發)로 끝남에 따라 이대표측이 준비하고 있는 당총재직 조기이양 요구 등 제2,제3의 국면전환카드도 당분간 유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총재인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관계에 균열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이대표의 당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비주류 일각의 움직임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크다. 여권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날 회동이 이대표가 김대통령에게 「해명」하고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설득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이날 회동에서 김대통령은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독자출마 움직임이나 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후보교체 논의 등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기대했던 것보다 뒷걸음쳤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파문이 후보교체 공론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박범진(朴範珍)총재비서실장이 「이대표의 역사인식 부족」까지 거론한 것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청와대는 물론 이번 파문이 후보교체설과 연계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이대표의 후보적격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에게 미칠 심리적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표가 이날 긴급회동을 요청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이었으나 회동성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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