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장대사 망명 반발속셈]다시 빼든 「압박카드」

  • 입력 1997년 8월 28일 20시 24분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 형제의 미국망명이 기정사실화하자 북한은 특유의 「압박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7일 오전(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北―美(북―미)미사일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데 이어 북한인권개선 촉구안을 채택한 유엔인권협회도 탈퇴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李根(이근)차석대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이번 행동은 광범위한 평화회담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내달중 열릴 4자회담 예비회담의 불참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북한외교부 대변인이 장대사형제를 『국가자금을 횡령하고 국가기밀을 누설한 범죄자』로 매도하며 이들의 본국 인도를 요구한데서 북한의 대응기류는 어느 정도 감지됐다. 그러나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나타난 북한의 대응보다 이번 사건에서의 반발강도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북한은 대미(對美)관계개선을 체제유지의 중심고리로 설정한 상황을 감안, 해빙무드로 접어든 북―미관계의 기본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측에 강한 경고를 보냄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어내려는 목적인 듯하다. 즉 추후 북―미간 각종 협상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추가식량지원과 대북(對北)경제제재 해제 등을 관철, 「실익」을 챙기겠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장대사가 북한의 대(對)중동 미사일 관련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사일협상을 늦춰 협상전략을 수정하기 위한 「시간벌기」를 계속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내달중으로 예정된 4자회담 예비회담을 비롯해 북―미간 유해송환협상 등의 일정이 불투명해졌으나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속개될 공산도 크다. 그러나 향후 사태해결을 위한 북―미간 직접 접촉은 상황여하에 따라 우려할 만한 대목도 없지 않다. 미국이 더이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틈새를 노려 북한이 장대사 사건과 유사한 돌발사태 수습을 위해서라도 북―미간 「핫라인」을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제기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처럼 한국이 배제된 상황은 이같은 우려를 더해준다는 게 일부 북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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