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치학회(IPSA) 제17차 서울 세계대회가 19일로 5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서울 세계대회는 80여국의 1천5백여명과 국내인사 5백여명이 참가, 「갈등과 질서」란 주제 아래 2백40여개의 패널이 1천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였다. 장 르카 세계정치학회장(파리정치대), 데드 로이 차기회장(미국 코넬대), 엘리너 오스트룸 미국정치학회장(미국 인디애나대) 등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 20세기 정치학을 정리하고 21세기 정치학의 새로운 이론적 지평을 열었다.
▼ 한국의 세계화 높은 평가 ▼
민주화의 주제를 다룬 주목할 만한 패널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대회개최지인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참석자들의 관심은 대단히 높았다. 동아일보사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와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주관한 「한국의 민주화와 세계화의재평가」에관한4개의 패널에 많은 참석자들이 모였다.
석학들은 한국정치를 「탈권위주의,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으로 평가했다. 어려움과 느린 감은 있으나 제도적 민주화와 대의성의 민주화가 이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군 학생 관료 등의 정치적 역할이 축소돼가고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았다. 자유경쟁적 선거에 의한 정치민주화, 군 개입가능성이 배제된 정치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 민주주의 공고화에 대한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칠줄 모르는 재정비리와 부패, 대기업의 부도, 누적되는 외채, 과다한 무역적자 그리고 국민의 정치에 대한 염증 실망 무관심 등이 지적됐다.
「왜 한국에서는 민주화가 지연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국민의 준법정신 결여, 기업주의 연고주의 등을 지적했다. 특히 문화적 원인으로 정치지도자의 자질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법과 제도에 의한 통치보다 사람에 의한 정치, 법과 제도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적 원인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또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아래 놓여있음에도 한국의 민주화추세는 천천히, 그러나 착실히 지속될 것이며 권위주위 체제로의 회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동시에 오는 12월 대선을 한국 민주주의 정치발전에 큰 분수령으로 인식했다.
한국의 세계화에 관한 평가도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세계화가 한국의 정치발전과 민주화에 대체로 순기능적으로 작용해왔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한국경제는 세계화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나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정부관료와 대기업의 저항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화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방과 자유경쟁으로 경제구조를 개편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 「한반도 통일」 열띤 토론 ▼
그러나 세계화가 국가나 기업경쟁력에 미친 영향에 대한 평가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한국의 경쟁력은 수출입지표나 해외직접투자지표에서 보듯이 긍정적이면서 부정적이기도 한 성과가 혼재한 것으로 평가했다. 기업경쟁력에서도 양적 성장은 성공적이지만 수익성이 저하됨으로써 질적인 성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향후 산업과 기업의 「리스트럭처링」(재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는데는 많은 참석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이밖에도 한국과 일본의 정치학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동북아의 갈등과 질서」 패널들도 많은 주목을 끌었다. 또한 북한문제조사연구소와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조직한 북한체제에 대한 비교이해와 킨더만(뮌헨대) 金學俊(김학준·인천대)총장 등이 조직한 동북아 갈등구조와 국제질서 속에서의 한반도 통일문제를 다루는 패널들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김달중<연세대 행정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