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대선자금과 관련한 장기전 채비를 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31일에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담화와 「중대결심」언급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김대통령의 담화는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정국이 심상치 않다』며 「중대결심」의 실체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도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6명이 모두 불행했는데 현 대통령도 보장이 없다』며 대여(對與)강경투쟁을 선언했다.
그러나 야권은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나 있듯 민심이 「담화자체는 불만이지만 비상사태는 원치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때문에 공세의 수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양당은 물밑접촉을 통해 임시국회소집 특검제도입 국정조사권발동 김대통령의 청문회출석 등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해 놓고 있다. 그러나 여권의 반대로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다.
장외투쟁이나 정권퇴진운동이 가장 강도높은 「무기」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부정적인 여론때문에 채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속으로는 국민여론이 「파국」을 원치 않고 있는데 대해 안도하는 기색마저 엿보인다. 김대중총재는 이를 두고 『국민이 어느새 당당하고 의젓하며 책임있는 모습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속사정으로 볼 때 야권이 당장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보다는 대선자금에 대한 김대통령의 태도와 입장이 부당하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는 홍보전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전으로 승부를 내기는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대통령선거와 그 이후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대응태세에 들어가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면서 김대통령이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와 「한보몸체」를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대선자금문제와 연계시키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김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국민회의가 김대통령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면서 이를 「김영삼청문회」로 명명한 것도 그런 의도에서다.
물론 투쟁강도에 있어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국민회의가 신중한 반면 자민련은 『국민회의는 92년 대선자금문제에 걸려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독자적으로 선명성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당의 입장차이는 3일로 예정된 「8인 반독재투쟁공동위」와 총재회담 등을 거치면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