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두가족이 밝힌 北사정]『「김정일 못믿겠다」확산』

  • 입력 1997년 5월 22일 20시 00분


지난 13일 서해를 통해 귀순한 金元瀅(김원형) 安善國(안선국)씨 가족 14명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귀순동기와 북한의 식량난, 金正日(김정일)체제에 대해 차례로 증언했다.

다음은 주요 증언내용.

귀순동기(김씨)해외에 있는 동생과 어머니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그다지 어려움 없이 살았지만 월남자 가족이라는 처지 때문에 항상 그늘 밑에서 지내야 했다.

그러다 91년 미국에서 찾아온 동생이 선물로 준 휴대용라디오를 통해 남한방송을 들으면서 남한실상을 알게 됐고 점차 탈출결심을 굳혀갔다.

▼ 황장엽 망명 ▼

(김씨)남한방송을 청취해 망명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황비서가 체포돼 갔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안씨) 당국이 지난달초 황의 「배반」을 발표해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그 이전에는 일체 비공개였으나 중국이나 남한방송을 통해 아는 사람도 꽤 있었다. 제대로 먹고 직위도 높은 황비서가 탈출할 정도면 국가체제에 큰 혼란이 있거나 망할 징조가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 식량난 ▼

(안씨의 처 김화옥씨) 3년전까지는 세대당 한달에 60㎏의 쌀을 배급받았으나 이후에는 식량을 거의 받지 못했다. 햇곡식이 나오는 9월이나 10월 쌀 10㎏을 받았을 뿐이다. 우리집의 경우 다섯식구가 이것으로 살 수 없어 빵같은 것을 만들어 장마당에서 팔아 식량을 구했고 풀뿌리도 캐먹었다. 탈북직전 주민 2명이 굶어 죽은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김씨의 차남 희영씨·고등중 영어교원) 한 학급에 많으면 절반이상이 결석한다. 학부모들이 『배가 고픈데 무슨 공부냐』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식량을 구하는데 보내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식량 구하기에 정신이 없으며 한 교사가 두 학급을 동시에 가르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 김정일 생일 ▼

(김씨)과거에는 김정일생일(2월16일)에 식량과 돼지고기 양념 과자 등 풍부한 선물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세대당 소주 1병과 어린이용 과자류 3백50g만을 배급했다.

▼ 김정일 체제 ▼

(김순희씨) 金日成(김일성) 사망이후 식량난과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김정일 생일과 김일성 생일(4월15일) 군창건기념일(4월25일) 등 명절에도 식량지급이 없어 『쌀이 목에 들어가야 (김정일을) 믿지 그렇지 않고는 못믿겠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김씨의 장남 희근씨) 과거에는 김정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다가 붙잡혀 다시 나올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는 것을 두려워했으나 최근에는 김정일이 자리에서 물러나든지, 아니면 쌀을 주든지 해야 될 것 아니냐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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