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金潤煥(김윤환)고문은 9일 「시민과의 대토론회」에서 특유의 반어법을 구사하면서 날카로운 질문을 피해나가는 노련함을 과시했다.
김고문은 이번 대통령선거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면 실패하지 않는 킹메이커가 되겠다』고 말해 6공정부와 문민정부에 이어 세번째 킹메이커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김고문은 『이 토론회는 대선에 나서겠다는 분만 모시는 자리인데 혹시 잘못 나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사실 나도 주저했는데 주최측에 물어보니 당대의 정치인인 虛舟(허주·김고문의 아호)가 안 나오면 되겠느냐고 말해 나왔다』고 답변, 장내에 폭소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는 『당초 4월말경 정치적인 진로를 밝히려고 했지만 한보사태때문에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한 뒤에 발표하려고 미루고 있다』며 『(내가 대선에 도전할지는)아직 모르는 것 아니냐』고 여운을 남겼다.
○…이날 패널리스트들은 「권력의 중간상인」 「정치공학자」 「권모술수의 대가」 「4대째 기생」 등 그를 혹평하는 별명을 소개하면서 『4대(代)정권을 거치면서도 아직까지 건재한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나를 보고 「양지를 좇는 정치인」 「권력에 붙어먹었다」는 등의 말을 하지만 나는 양지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권력을 만드는 역할은 했지만 권력에 밀착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내가 「李叔蕃(이숙번)」같았다면 벌써 끝났을 것』이라며 조선초기 태종 李芳遠(이방원)이 왕권장악을 하는데 오른팔역할을 한 뒤 「지나친 행세」를 한 이숙번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했다.
○…김고문은 李壽成(이수성)고문의 「TK(대구 경북지역)원조론」에 대해 『선대가 TK니까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지만 집권여당에서 20년동안 지역구의원으로 일하며 중요한 영향력을 행세해 온 내가 대표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이 우위에 서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가 야당단일후보가 되고 내각제개헌구도로 간다면 신한국당을 탈당, 「충청―호남―TK」를 묶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는 『신한국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어떻게 다른 당후보를 지원할 수 있느냐』고 일축.
○…김고문은 한보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사실에 이어 지난 94년 청우종합건설 李甲錫(이갑석)전부사장이 군검찰에서 『국정감사무마조로 7천만원을 줬다』고 진술한데 대해 해명하라는 질문을 연이어 받자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지난해 4.11총선당시 기부행위혐의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데 대한 질문까지 받고 『선관위에 너무 정직하게 신고해서 문제가 된 모양』이라며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