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북녘동포 「초근목피」두고볼 수는 없는 일

  • 입력 1997년 4월 6일 19시 56분


▼한민족이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의 만주와 러시아의 연해주 지방에 본격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860년대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1869년 보기 드문 가뭄으로 큰 흉년이 들자 주로 함경 평안도 주민들이 봇짐을 지고 줄줄이 국경을 넘었다. 왕조말의 가렴주구(苛斂誅求)와 혼란이 이들의 국경탈출을 재촉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 한인들은 겨울밤 꽁꽁 언 강을 건너곤 했다니 그 비참한 광경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한인들이 만주지방과 연해주로 다시 대량 이주하게 된 것은 1910년 한일합병 전후였다. 망국의 울분을 참지 못한 우국지사들도 줄을 이었다. 1912년 집계에 따르면 만주지방의 한인은 23만여명, 이와 비슷한 시기인 1914년 연해주의 한인 수는 6만여명이었다. 만주와 연해주는 독립군의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그 후 수십만으로 는 연해주의 한인들은 1937년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수천㎞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북한주민이 금년 4∼5월 춘궁기에 최악의 식량난을 맞아 10만명이 중국으로 탈출할 것 같다는 중국정부의 예측은 우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한많은 민족 유민사가 또 하나 더해지는 것 같아서다. 중국정부는 이미 길림성 등 주민들로부터 북한주민 구제용 식량을 거둬들이고 난민수용소까지 지정해 두었다니 북한주민의 대량탈북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하다 ▼지도자를 잘못 만나 나라가 혼란해지면 고생하는 것은 백성뿐이다. 봉건왕조의 비정, 이민족의 침략은 그렇다 하지만 21세기를 목전에 둔 지금 북한주민들이 식량난 때문에 고국땅을 등진다면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가. 도대체 국민도 먹여살리지 못하는 공산주의는 무엇이고 김정일정권은 무엇인가. 우리는 또 중국정부의 인도적 처리에만 기대하고 있을 것인가. 답답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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