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기자] 金光一(김광일)청와대비서실장이 17일 재외공관장회의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요즘 「오는 25일이 취임 4주년이 아니고 5주년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할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권 내에 파장이 일고 있다.
김실장은 『이 자리에 기자가 있다면 오프(Off·보도 자제)로 해달라』고 토를 달았지만 18일 발언내용이 신한국당 내에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가뜩이나 어려운 시점에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비서실장이 해서는 안될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신한국당의 주요 당직자는 『재외공관장회의같은 공식석상에서 해서는 안될 대통령의 개인적 심경토로를 비서실장이 말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이 발언은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 듣기에 따라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비서실장이 개인적으로 들었다 해도 발설해서는 안될 말』이라며 혀를 찼다.
이와 관련, 당내 민주계에서는 김실장의 발언이 한보사태와 관련해 현정권 실세들이 잇달아 구속되는 등 민주계가 만신창이가 된 마당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사실 신한국당 내에서는 최근 「김대통령이 차남 현철씨에 대한 검찰조사를 지시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 김실장이 흘렸을 것이란 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특히 당내 민주계의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민주계의 한 중진은 최근 한 저녁모임에 『과거 朴寬用(박관용)비서실장 때는 박실장이 모든 일을 조정해 당정간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김실장을 공격했다. 민주계는 특히 金賢哲(김현철)씨의 「여권내 정치음해세력」발언 및 金德龍(김덕룡)의원의 「정치음모설」제기와 관련, 김실장을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신한국당의 주요당직자들이 김실장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다.
한보사건으로 민주계실세인 경복고(K2)출신 세력이 퇴조하고 부산 경남(PK)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갈등의 표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