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3일 국회속기록을 정밀분석하는 등 정치인들의 수뢰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함으로써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이 현재 집중적으로 검토 중인 국회속기록은 14, 15대 재정경제위(구 재무위)와 통상산업위(구 상공자원위)소속 여야의원 91명의 발언내용.
특히 한보에 대한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지난 94년 이후 국정감사 과정에서의 발언과 임시국회의 상임위 활동, 그리고 폐회 중에도 매달 열리는 상임위에서의 발언 등이 집중검토 대상이다.
재경위는 은행감독원 및 시중은행 등 한보그룹의 특혜대출여부를 따지는 곳이며 통산위는 당진제철소의 각종 인허가 업무를 감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검찰이 속기록에서 우선적으로 추적 중인 사람은 △같은 해 국감과정에서 한보에 대해 맹공을 퍼붓던 의원이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거나 △전년도 국감에서 한보측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다가 관련기관의 사후조치가 전혀 없었는데도 이듬해 국감에서는 발언내용을 바꾼 의원들이다.
또 △한보측을 비호하는 발언을 한 의원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자료제출요구를 했다가 답변서가 부실했는데도 정작 국감장에서는 추궁하지 않은 의원 △「면피성 질의」만 툭 던져놓은 뒤 서면답변을 요구하거나 아예 답변에 신경쓰지 않은 의원 등도 추적대상이다.
검찰은 현재 이같은 수뢰의혹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1만5천여쪽에 달하는 국회속기록(이중 한보관련 기록은 1천5백여쪽)과 소속 의원들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자료요구서, 정부기관의 답변서 등을 정밀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이같이 속기록을 집중검토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소속의원들의 수뢰의혹에 대한 단서가 잡힐 수 있기 때문.
정치권주변에서는 의원들이 「돈」생각이 나면 상임위나 국감에서 특정 재벌회사와 관련된 발언을 하거나 재벌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발언하는데 그 때마다 즉각 해당 재벌업체에서 돈보따리를 싸들고 온다는 것이 정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소속의원의 상임위 발언 한마디가 보통 5천만∼1억여원이다』 『국감 때 자료제출을 요구받은 업체는 적어도 1억원 이상을 내놓아야 국감장에서 「피」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특히 특혜성 대출이나 정부발주공사 수주건의 경우 대출액 또는 수주액의 1,2%가량이 추궁의원들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93년4월 민주당 李東根(이동근)의원을 구속할 때와 95년 9월 민주당 朴恩台(박은태)의원을 구속할 당시 국회속기록을 통해 수뢰혐의를 포착했었다.
검찰은 따라서 속기록 등에서 포착한 단서를 토대로 「자물통」으로 불리는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입을 열게 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국회속기록이 수뢰혐의를 내비치는 「단서」는 될지언정 수뢰사실을 확인하는 결정적 「증거」는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과연 속기록이 정씨의 자백으로 연결돼 정치인들의 소환 및 형사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종대 기자〉